[스크랩]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 조병화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너의 집은 하늘에 있고 나의 집은 풀 밑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너는 먼 별 창 안에 밤을 재우고 나는 풀벌레 곁에 밤을 빌린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잔다 너의 날은 내일에 있고 나의 날은 어제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세월이다 문 .. 관심사/시 2012.02.01
[스크랩] 수라-백석 修羅(수라)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느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두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 관심사/시 2012.02.01
[스크랩] 이제는 섭섭한 것도 아름다워라 - 김여정 이제는 섭섭한 것도 아름다워라 김여정 강물도 아직 먼길 더듬는 이른 새벽 불편한 꿈길 위에서 너희들 멀리 안개꽃 속에 아슴 아슴 작은 등을 보이는 섭섭함도 이제는 눈물 그렁그렁 가슴 미어지도록 아름다워라 양수리 강가 때지난 갈대들 저녁노을 소슬한 바람에 성긴 머릿발 .. 관심사/시 2012.02.01
[스크랩] 오라! 불 같은 사랑이여 - 권천학 오라! 불 같은 사랑이여 권천학 살아보니 알겠더라 사랑이 지나가는 바람이라는 것을 깨어나면 허망한 꿈이라는 것을 그렇더라도 오라! 사랑이여 각질층 두터운 이 가슴에 잠시 머물 바람일지라도 주홍글씨 가슴에 달고 나머지 평생을 아파할지라도 타버릴 줄 알면서도 날아드는 .. 관심사/시 2012.02.01
[스크랩] 노라 - 나혜석 노 라 나혜석 나는 人形이었네 아버지 딸인 人形으로 남편의 안핸 人形으로 그네의 노리개이었네 노라를 놓아라 순순히 놓아 다고 높은 墻壁을 헐고 깊은 閨門을 열고 自由의 大氣中에 노라를 놓아라 나는 사람이라네 拘束이 이미 끊쳤도다 自由의 길이 열렸도다 天賦의 힘은 넘.. 관심사/시 2012.02.01
[스크랩] 손 - 허만하 손 허만하 여울 바닥에 갈앉아 살이 삭은 가랑잎 한닢. 여린 그물엽맥을 흔들며 파란 하늘과 하나가 되어 버린 고추잠자리의 눈부신 잠적. 빈 손이 잡고 있었던 것은 손가락 사이에 끼고 있었던 금빛 잠자리 날개가 흔적처럼 남긴 갈잎 서걱이는 소리였다. 바람의 그늘이 바람을 앞.. 관심사/시 2012.02.01
[스크랩] 동천 -서정주 동천(冬天) 서정주 내 마음 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현대문학' 137호(1966.5) 관심사/시 2012.02.01
[스크랩] 선물 - 나태주 선물 나태주 나에게 이 세상은 하루 하루가 선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만나는 밝은 햇빛이며 새소리, 맑은 바람이 우선 선물입니다 문득 푸르른 산 하나 마주했다면 그것도 선물이고 서럽게 서럽게 뱀 꼬리를 흔들며 사라지는 강물을 보았다면 그 또한 선물입니다 한낮의 햇살 .. 관심사/시 2012.02.01
[스크랩] 귀소(歸巢) - 나태주 귀소(歸巢) 나태주 누구나 오래 안 잊히는 것 있다 낮은 처마 밑 떠나지 못하고 서성대던 생솔가지 태운 냉갈내며 밥 자치는 냄새 누구나 한 번쯤 울고 싶은 때 있다 먹물 와락 엎지른 창문에 켜지던 등불 두런대던 말소리 마음 먼저 멀리 떠나보내고 몸만 눕힌 곳이 끝내 집이 되.. 관심사/시 2012.02.01
[스크랩] 낡은 집 - 이용악 낡은 집 / 이용악 말로 밤으로 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손손에 물려줄 은동곳도 산호관자도 갖지 못했니라 재를 넘어 무곡을 달리던 당나귀 항구로 가는 콩실이에 늙은 둥글소 모두 없어진지 오랜 외양간엔 .. 관심사/시 2012.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