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시

[스크랩] 상인해의(傷仁害義)

감효전(甘曉典) 2012. 5. 14. 21:21
 

閉門兮傷仁  同寢兮害義
(폐문혜상인 동침혜해의)


문을 닫으면 인정을 상할 것이요
잠자리를 함께 하면 의(義)를 해칠 것이라

 

☞ 율곡(栗谷) 이이(李珥)

 

율곡이  황해 감사로 있을 때 몸종으로 데리고 있던 유지(柳枝)라는 소녀가 있었다. 유지(柳枝)는 나중에 기생이 되었는데 평소 율곡을 흠모하고 있었다. 율곡도 유지를 퍽 아껴 왕래하는 길에 이따금씩 찾아보곤 했다.

 

율곡이 명나라 사절로 해주(海州)에 들른 어느 날. 연모의 정을 이기지 못한 유지가 율곡의 처소를 찾아왔다. 율곡으로서도 애틋한 정이 없지 않으나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방으로 들여놓자니 도학자의 명예가 금이 갈 것이고, 그냥 밖에 세워두자니 사람의 도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일단 유지(柳枝)를 방으로 들인 다음 촛불을 밝히고 문을 열어둔 채 둘 다 뜬눈으로 꼬박 밤을 지새웠다 한다. 이때 율곡이 유지(柳枝)에게 위로의 마음을 담아 써준 글이 바로 "閉門兮傷仁 同寢兮害義"였다.

 

유교(성리학)적 엄숙주의가 팽배하던 당시의 상황에서 학문하는 선비의 처신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던가 하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는 일화가 아닌가 한다.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소요유逍遼遊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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