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고서화(古書畵)

[스크랩] 그림속의 늙은 매화

감효전(甘曉典) 2012. 3. 12. 19:36

檀園 金弘道 老梅圖[단원 김홍도 노매도] 지본담채, 17.6 x 22.3cm, 서울 개인 소장 [그림 클릭]

 

60세되던 해인 1804년 겨울에 그린 것으로

지장기마도 기로세련계도 등과 더불어 그의 가장 늦은 작품 중의 하나이다.

극심한 생활고 속에서도 좋은 매화를 보면 돈을 아끼지 않고 사들였다고 전하는

만년에 매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실감케 해주는

의연한 모습을 한 늙은 매화나무 한 그루가 화면을 압도하고 있다.

 

물기 배인 대담한 붓질과 거친 풍상을 견디고

늙은 매화 등걸의 고태를 잘 나타냈으며 눈서리를 무릅쓰고

맨 먼저 핀 꽃술은 노란 색채로 액센트를 주었다.

그리고 매화나무를 감도는 맑은 정기와

은은히 풍기는 꽃향기를 푸른 담채로 감싸놓았다.

 

거침없는 붓놀림이라든가 먹색과 담청의 어울림이

한껏 돋보이는 수작으로 만년의 호방한 풍취를 보는 듯하다.

큰 각도를 이루며 굴곡진 매화둥치 아래 갑자동이라는 간기와 단구라는 별호를 썼으며

그밑에는 농사옹을 자처하던 노년에 맞게 권농지가라는 백문방인을 찍어놓았다.

 

중국에선 매화와 잘 어울리는 것을 20여개 항목을 들먹이지만
우리는 매화 그림에서 4개 항목을 높게 쳐서 四貴[사귀]라고 하는데,

 

四貴란
첫째 빽빽한 꽃 보다 성긴 꽃,
둘째 살찐 것보다 야윈 것,
셋째 어린 것보다 늙은 것,
넷째 활짝 핀 꽃보다 반쯤 피거나 망울진 꽃을 의미한다. 


 

단원의 노매도를 보고 끌쩍거린 졸작 시 한수

 

- 畵中翁梅 [화중옹매] 그림속의 늙은 매화 -

萬古風霜彼老梅 [만고풍상피노매] 모진 풍파에 거칠어진 저 늙은 매화
一新佳節這花開 [일신가절언화개] 새로운 봄을 맞아 꽃을 활짝 피웠구나.
吾群百歲千年認 [오군백세천년오] 우리네 한 평생은 긴 줄만 알았더니
不認蓬頭滿滿漼 [불인봉두만만최] 어느새 머리에는 눈서리만 가득하네.
 

 

한시에 관한 팁 하나.

 

7자로 이루어진 칠언 시는 2, 2, 3 또는 4, 3으로 끊어 읽고 같은 방식으로 풉니다.

짝수구의 마지막 글자에 시의 운이 들어 가는데

칠언 시는 1구의 마지막 글자에 하나 더 들어 갑니다.

 

이 시의 韻운은 재화 회灰로 1구의 매화 매梅, 2구의 열 개開,

4구의 눈서리 쌓인 모양 최漼가 평성인 재화 灰에 속한 글자들입니다.

 

1구의 두번째 글자인 옛 고古가 측성이라

이 시는 측기식 칠언 절구 시가 됩니다.

 

한시에는 대구법이란 것이 있는데

홀수구와 짝수구의 글자들이 서로 반대가 되거나 공통점이 있는 것을 말합니다.

4구로 이루어진 절구시는 1구와 2구 또는 3구와 4구에서 대를 이루며

8구로 이루어진 율시는 3구와 4구, 5구와 6구는 필히 대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 시의 대는 1구의 萬古[만고]와 2구의 一新[일신],

1구의 風霜[풍상]과 2구의 佳節[가절],

1구의 彼[피] 2구의 焉[언], 그리고 老梅[노매]와 花開[화개]가 대를 이룹니다.

 

측기식 칠언 율시의 평측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한번 볼까요?

 

1구 측측평평측측평

2구 측평평측측평평

3구 평평측측평평측

4구 측측평평측측평

 

      '천과 글로 사랑하는'

     

출처 : 한국 네티즌본부
글쓴이 : 雲中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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