檀園 金弘道 月下敲門圖 [단원 김홍도 월하고문도] 지본담채. 23.0 x 27.4 cm. 간송미술관 소장
둥근 달을 걸친 우측의 나무가 쭉 뻗어 가지를 않고
좌측을 가르키며 보는 이의 시선을 좌측 화제로 유도한다.
그럼 작가의 의도대로 한번 따라 가 보자.
단원은 당나라 때의 시인 가도(賈島)의 오언절구시
제이응유거(題李凝幽居)에서 3구와 4구를 따와 화제로 썼다.
鳥宿池邊樹 [조숙지변수] 연못가의 나무에는 새가 잠들고
僧敲月下門 [승고월하문] 달빛 아래 문을 스님이 두드리네.
달부분만큼 공간을 남겨둠으로써 달을 표현하는데
이를 홍운탁월법(烘雲託月法)이라 부른다.
자칫 보지도 못하고 지나칠뻔 했던 화면 좌측 작은 나무에
잠들어 있는 4마리의 새가 눈에 뜨인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그림의 새는
이름없는 우리네 중생들이리라.
새는 물가 나무에서 잠들고
휘영청 밝은 달빛 고즈녁한 깊은 밤
문을 두드리는 이 누구인가.
스님은 무엇을 열고저
저렇게 문을 두드릴까.
나는 달을 좋아한다.
달빛이 창문으로 스며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카메라를 통해 달과 무언의 밀어를 속삭인다.
하여 달밤을 그린 그림이 좋다.
흑백 그림에서 은은한 달빛 아취가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젖어든다.
달빛아래 문을 두드리는 그 마음이 내 마음이다.
화제 시의 원문
- 題李凝幽居 [제이응유거] 이응의 그윽한 거처를 글로 씀 -
閑居少隣竝 [한거소린병] 한가로이 거처하니 이웃이 드물고
草徑入荒園 [초경입황원] 풀숲 지름길 거쳐 정원을 들어가네.
鳥宿池邊樹 [조숙지변수] 연못 가의 나무에는 새가 잠들고
僧敲月下門 [승고월하문] 달빛 아래 문을 스님이 두드리네.
推敲(퇴고)라는 말이 있다.
문장을 다듬고 여러번 고친다는 뜻이다.
推敲(퇴고)라는 말은 이 시에서 유래한다.
당나라 때의 시인 가도(賈島)가 어느 날,
말을 타고 가면서 제이응유거(題李凝幽居)라는 시를 짓고 있었다.
마지막 구절인 '스님은 달빛 아래 문을..' 에서 문을 '민다(밀 퇴推)' 고 하는 것이 좋을 지,
'두드린다(두드릴 고敲)'라고 하는 것이 좋을 지 고민 중이었다.
그래서 가도(賈島)는 '민다', '두드린다'는 이 두 글자만 골똘하게 생각하며 길을 가다가
그만 지나가던 행차의 수레와 부딪치고 말았다.
" 이 무례한 놈 같으니! 뭐하는 놈이냐? "
" 당장 말에서 내려오지 못할까! "
" 감히 이 분이 뉘신 줄 아느냐? "
병졸들은 저마다 욕설을 내뱉으며 가도를 말에서 끌어내려 수레 탄 고관(高官) 앞으로 끌고 갔다.
바로 그 고관은 당대(唐代)의 대문장가 유명한 한유(韓愈)였는데,
그는 당시 경조윤(京兆尹)벼슬을 하고 있었다.
한유 앞으로 끌려온 가도는 먼저 길을 비키지 못한 까닭을 자세하게 말하고 사과했다.
그러자 한유는 노여워하는 기색도 없이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 음, 내 생각엔 역시 '민다(推)'보다는 '두드린다(敲)'가 좋을듯하네. "
이후 두 사람은 절친한 시우(詩友)가 되었다고 전한다.
이 시로 인해 推敲(퇴고)라는 말이 나왔다.
문장을 다듬고 여러번 고친다는 뜻이다.
가도는 중당(中唐)의 고음파(苦吟派) 시인으로 유명하다.
고음파란? 시를 짓되 한 글자도 소홀히 하지 않는 창작태도를 말한다.
가도는 한 자 한 구도 소홀히 하지 않고 고음(苦吟)하여 시의 완성도를 높였다.
퇴고는 그런 가도의 창작습관이 낳은 아름다운 말이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도
한번 쯤은 推敲(퇴고)를 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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