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 감상(感賞)
한시(漢詩) 하나를 소개합니다
호가 화담(花潭)인 서경덕(徐敬德)선생은
이조 중종때의 도학자(道學者)입니다.
선생은 우리나라에서
주역(周易)에 달통(達通)한 이로서는 제1인자라 했습니다.
그 유명한 황진이와의 사랑에 빠지기도했던 선생은
송도(松都)삼절(三絶)의 주인공이기도 하지요.
송도 삼절은 화담 서경덕(徐敬德) 선생,
절색 황진이(黃眞伊) 그리고 박연폭포(朴淵瀑布)입니다.
선생의 다음 시(詩)는
마치'가난함'과 '무소유(無所有)'의 덕(德)을
노래한 것같아 아주 친근감이 있고 자연스러운 시입니다.
* * * *
공부하던 그 옛날엔
세상 다스리는 일에 뜻을 두었건만
나이가 늙자 안회(顔回)와 같이
가난함을 달갑게 여기며 사네
부귀는 다툼이 있게 마련이니
손대기 어렵고
술과 샘물은 간섭하는 이 없으니
몸을 편히 담을수 있네
산에서 약캐고
물에서 낚시질하여 배를 채우고,
달을 노래하고 바람을 읊으면
정신이 맑아지네.
공부하여 의심이 없게되면
쾌활해짐을 느끼니
헛되이 백년사는 사람이
되지않게되네.
讀書當日知經論 독서당일지경론
歲暮還甘安氏貧 세모환감안씨빈
富貴有爭難下手 부귀유쟁난하수
林泉無禁可安身 임천무금가안신
採山有水堪充腹 채산유수감충복
詠月吟風足暢神 영월음풍족창신
學至不疑眞快活 학지불의진쾌활
免敎虛作百年人 면교허작백년인
* * * *
참고로, 안회(顔回)는, 노(魯)나라 학자로
덕의 실천에서 가장 뛰어났다고 합니다.
그는 가난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학문 연구와 수덕(修德)에만 전념하여,
공자(孔子)가 가장 사랑하는 제자가 되었으며,
32세에 요절(夭折:젊은나이에 죽다)하자
공자가 "하늘이 나를 버리시는도다"라고 탄식했다고 합니다.
"부귀는 다툼이 있게마련이니
손대기 어렵고,
술과 샘물은 간섭하는 이 없으니
몸을 편히 담을수 있네."
라는 구절(句節)이 특히 마음에 와 닫는데,
이는 마치도 가톨릭의 청빈(淸貧)의 덕(德)을
노래한 것같기도 합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갈구한 가난,
바로 그 가난이 완덕에 이르는 길이고
영원한 부(富)의 약속이며 보증임을 보여주지 않았던가요?
詩의 내용에 면면이 흐르고 있는 가난, 무소유, 자연과 자유 등등은
물질만능의 시대에 재물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이 세태에서
더욱 실천하기 쉽지않기에 동경(憧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예날 선비들의 한운야학(閑雲野學/한가한 구름과 들에 노니는 학)과
더불어 생활했던 모습들을 떠올려 보면
음미할수록 더욱 맛이 난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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