鳶飛戾天 魚躍于淵
(연비려천 어약우연)
쏘리개는 하날 우에 퍼더덕 날아가고
괴기는 쏘 밑에 풍덩슬 뜨는 고나
[솔개는 높이 날아 하늘에 닿고
고기는 깊은 못에서 활발히 뛰노누나]
※ 조선시대 어떤 학자가 처음 경연(經筵)에 들어가 세자(世子)에게 ≪시경(詩經)≫을 강의하였다. 그가 <대아·한록(大雅·旱麓)>편의 '연비어약'(鳶飛魚躍)에 이르러 그 뜻을 풀이하니 세자가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폭소를 쏟아내고 말았다.
이 학자는 사도(師道)가 땅에 떨어졌다고 개탄하며 강의를 그만두기로 하였다. 이에 왕이 그를 불러 사연을 물었다. 그는 왕에게 연유를 아뢰었다.
왕은 그에게 어전(御前)에서 강의를 다시 해볼 것을 주문했다. 같은 대목에 이르러 강의를 들은 왕 역시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바탕 크게 웃었다. 임금은 그의 항직(伉直/剛直)하고 고졸(古拙)함을 칭송하면서 당대 학자 가운데 이런 인물이 드문 현실을 개탄했다 한다.
조선 정조(正祖) 임금의 시문집(詩文集)인 ≪홍재전서(弘齋全書)≫ <고식(故寔)>에 실려 있는 얘기다. 주인공은 조선 중기 문인이자 학자인 한강(寒岡) 정구(鄭逑)라 한다.
한강은 경상도 성주(星州)에서 생장(生長)했다. 퇴계(退溪)와 남명(南冥)에게서 성리학을 배워 학문의 일가(一家)를 이뤘다. 그러니 그의 연비어약(鳶飛魚躍) 풀이는 조선 중기 경상도(성주)版 강의의 정수(精髓)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鳶飛魚躍>은 조선 제3대 임금인 태종의 2남이자 세종의 형인 효령대군(孝寧大君)의 친필. 오른쪽에 13세에 쓴 것임을 밝히고 있다.
※ 남송(南宋) 이학자 주희(朱憙)의 <서법(書法)> 대련(對聯)
※ 현대 중국 서법가 임삼(林森)의 <행서 사언련(行書 四言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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