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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생사대쾌사(人生四大快事)/사쾌(四快)

감효전(甘曉典) 2012. 1. 11. 22:59

久旱逢甘雨  他鄕遇知己
金榜題名時  洞房花燭夜
(구한봉감우 타향우지기
 금방제명시 동방화촉야)


오랜 가뭄 끝에 단비 내리고
객지에서 옛 벗을 만나며
금방에 이름이 올랐을 때
깊은 방 꽃 촛불 밝힌 첫 날밤

 

※ 金榜: 과거(科擧)에 급제(及第)한 사람의 이름을 써서 붙인 방(科榜)
※ 자료에 따라 他鄕遇知己는 他鄕遇故知로, 久旱逢甘雨는 久旱逢甘霖로, 金榜題名時는 金榜掛名時로 나오기도 한다. 의미상의 차이는 없다.


※ 옛 사람들이 간추린 인생사대쾌사(人生四大快事), 줄여서 사쾌(四快)라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이러저러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그 중에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불쾌한 일도 있고, 두고두고 되새기고 싶은 통쾌한 일도 있다. 

 

사쾌(四快)라고 했지만 반드시 네 가지여야 한다는 법은 없다. 사람마다 살아온 자취가 다르고, 겪은 바 내용이 다르니 쾌재를 불렀던 일도 꼭 같을 수 없다. 

 

사쾌 가운데 金榜題名時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해 과거(科擧)를 보던 옛날 얘기로 요즘의 시류와는 거리가 있다. 현대적 분위기에 맞춰본다면 고시(考試)나 취직시험에 합격하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 사쾌(四快)를 '사대쾌락'(四大快樂)으로 묶은 뒤 그것을 다시 비틀어 만든 '사대불행'(四大不幸)이라는 것도 있다. 


久旱逢甘霖-不停  他鄕遇知己-借錢
金榜題名時-重名  洞房花燭夜-不擧


오랜 가뭄 끝에 비를 만났는데 그치지 아니하고
객지에서 옛 벗을 만났는데 돈을 꾸며
금방에 이름이 올랐는데 동명이인(同名異人)이고
동방에 화촉 밝힌 첫날 밤 발기가 잘 안 된다나


※ 不擧: 보통 나라에 큰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제왕이 근신하는 차원에서 음식 수를 줄이고 음악을 거두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신랑의 음경이 서지 않는 양불거(陽不擧), 즉 발기가 안 되는 현상(勃起不全).

 

앞에서 네 가지 불운(不幸)을 꼽았는데, 비슷한 맥락의 네 가지 안타까움(四大悲事)도 있다.

 

金榜題名時-誤報  久旱逢甘霖-數滴
洞房花燭夜-石女  他鄕遇故知-債主


금방에 이름이 올랐는데 잘못 전해진 것이요
오랜 가뭄 끝에 비를 만났는데 겨우 몇 방울에 그치며
동방에 화촉을 밝혔는데 합궁이 안 되는 여인이고
객지에서 옛 벗을 만났는데 하필 채권자였다나  

 

※ 석녀(石女)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성관계를 갖지 못하는 여인과, 자식을 낳지 못하는 여성이 그것. 여기서는 전자(前者)로 풀었다. 


※ 인생에 세 가지 통쾌한 일도 있다(人生有三大快事)는데 …
하나는 동방에 화촉 밝힌 밤(洞房花燭夜), 두 번째는 금방에 이름이 올랐을 때(金榜題名時), 세 번째는 난로에 던져진 금서를 보는 것(圍爐看禁書)이라나.  圍爐는 마룻바닥을 사각으로 파서 불을 피우게 만든 난방장치이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처럼 오고가는 사쾌(四快)도 있다. 영국 주택에서 살고(住英國房子), 일본인 아내를 맞이하며(娶日本太太), 중국요리를 먹고(吃中國飯菜), 미국 임금을 받는 것(領美國工資)이란다.

 

그 반대도 있다. 사감(四憾)이다. 일본 주택에 살면서(住日本房子) 영국 요리를 먹고(吃英國飯菜), 미국인 아내를 맞이하여(娶美國太太), 중국 임금을 받는 것(領中國工資)이다. 듣고 보니 그럴 듯하다.

 

 

 

 

※ 현대 중국화가 구감(邱鑑)의 <인생사쾌(人生四快)>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경화수월鏡花水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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