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홀로 잠들기가 참말 외로워요 맘에는 사무치도록 그리워요 이리도 무던히 아주 얼굴조차 잊힐 듯해요. 벌써 해가 지고 어두운데요, 이곳은 인천(仁川)에 제물포(濟物浦), 이름난 곳, 부슬부슬 오는 비에 밤이 더디고 바다 바람이 춥기만 합니다. 다만 고요히 누워 들으면 다만 고요히 누워 들으면 하이얗게 밀어드는 봄 밀물이 눈앞을 가로막고 흐느낄 뿐이야요.
제물포(濟物浦) : 제물(濟物)의 포구(浦口). '제물'은 인천의 옛이름이다. |
이 시는 '어둠에 잠긴 바다' 이미지를 밑바닥에 깔고 있다. 어둠 즉 밤의 이미지는 두려움과 비탄에 빠진 하나의 전경을 우리 마음 속에 불러일으킨다. '인천(仁川)에 제물포(濟物浦)'(6행)라는 시구를 통해 환기되는 물의 이미지가 밤의 이미지에 뒤섞이면서, 밤은 홀로 잠들기 외로운 밤이 되는 것이다.
2연에서 화자는 냉기를 느낀다. 그것은 물(바다+비)과 밤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전율에 다름 아니다. 옛 사랑의 얼굴조차 잊힐 듯한 전율이 화자를 압박해 오는 것이다. 그런데 3연의 '하이얗게 밀어드는 봄 밀물'(11행)은 '어둠에 잠긴 바다' 이미지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그 둘을 환상세계와 현실세계라고 했을 때, 소월은 이 시에서도 역시 현실과 환상의 경계지점에서 머뭇거리며 흐느끼고 있는 것이다.
한편, 2행의 '사무치도록'은 《진달래꽃》 원전표기 '사뭇차도록'을 존중할 필요가 있겠다. 즉 이를 '사무치도록'의 추상어 대신에 '사뭇 차도록'(그리움이 마음 속에 꽉 차오른다는 의미)의 감각어로 읽을 때 시의 맛이 더한다. 즉 마음이 써늘할 정도로 그리움이 짙어져 온다는 의미로 읽는 것이 더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
김 소월(본명 :廷湜, 필명/아호: 素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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