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귀공명(富貴功名)
거울 들어 마주 온 내 얼굴을 좀더 미리부터 알았던들, 늙는 날 죽는 날을 사람은 다 모르고 사는 탓에, 오오 오직 이것이 참이라면, 그러나 내 세상이 어디인지? 지금부터 두여덟 좋은 연광(年光) 다시 와서 내게도 있을 말로 전(前)보다 좀더 전(前)보다 좀더 살음즉이 살련지 모르련만. 거울 들어 마주 온 내 얼굴을 좀더 미리부터 알았던들!
두여덟 좋은 연광(年光) : '두여덟'은 즉 16을 뜻하며, '연광'은 나이를 뜻한다. 즉 16세의 좋은 나이라는 뜻이다. 살음즉이 : 사는 것 같이. 살은 듯이. |
삶에 대한 회한이 짙게 느껴지는 시이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어법에 따라, 살아온 날들에 대한 미련과 얼마남지 않은 생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해 놓았다.
'살음즉이'(10행) 산다는 표현 속에는 어느정도의 부귀와 공명도 누리고 싶다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젊어서 요절했던 소월이, 종착역에 다다른 자기의 생을 직감한 것일까? 다시 십팔세 젊은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사는 것처럼 살아보겠다고 말하는 화자가 어쩐지 서글퍼 보인다.
하지만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회춘을 꿈꾸는 법, 이 또한 인생살이의 한 단면이 아닌가? 그러므로 이 작품이 생에 대한 회한과 미련의 시라고만 할 수도 없을 듯하다. 오히려 '훗길'이나 '추회'에서처럼, 평범한 생의 진리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시라고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
김 소월(본명 :廷湜, 필명/아호: 素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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