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夫婦)
오오 안해여, 나의 사랑! 하늘이 묶어준 짝이라고 믿고 살음이 마땅치 아니한가. 아직 다시 그러랴, 안 그러랴? 이상하고 별나운 사람의 맘, 저 몰라라, 참인지, 거짓인지? 정분(情分)으로 얽은 딴 두 몸이라면. 서로 어그점인들 또 있으랴. 한평생(限平生)이라도 반백년(半百年) 못 사는 이 인생(人生)에! 연분(緣分)의 긴 실이 그 무엇이랴? 나는 말하려노라, 아무려나, 죽어서도 한 곳에 묻히더라.
묶어준 : [동] 묶다(관계를 맺어주다)의 활용형. 별나운 : [형] 별납다(보통 것과 매우 다르다)의 활용형. 어그점인들 : '어긋난 점인들'을 줄여서 표현한 말. 한평생(限平生) : [명] 일평생. 연분(緣分)의 긴 실 : 사람들 사이에서 맺어지는 깊은 관계. 하늘이 베푼 인연. 전설상의 노인인 월하노인(月下老人)이 남녀의 인연을 맺어주는 실. 월하빙인(月下氷人). |
이 시에 나타난 부부애는 소월이 노래하는 사랑의 또 다른 층위를 보여준다. 부부애를 이성간의 열정적인 사랑이라기보다 연분(緣分)이라 생각했던 우리 겨레의 심층 심리를 이 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에 나타난 부부애는 소월이 다른 시에서 노래한 이성 간의 열정적 사랑과는 아주 다르다. 짙은 관념성에 바탕한 이성간의 사랑은 비극적 결말로 귀결하고, 끝내 한(恨)이라는 영원성에 도달한다. 반면 부부애는 '하늘이 묶어준 짝'(2행)이라는 운명적 인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한평생 살면서 '서로 어그점'(8행)이 있더라도 현실적인 화해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또 앞엣것은 영원한 결별의 노래이지만, 뒤엣것은 결코 결별하지 않는 만남의 노래이다. '아무려나, / 죽어서도 한 곳에 묻히더라'(12, 13행)라는 시 마지막 구절은, 현실적인 장애가 많더라도 결코 떨어지지 못하는 연분에 대한 확신이 아니겠는가? |
김 소월(본명 :廷湜, 필명/아호: 素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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