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헝새
간밤에 뒷 창(窓) 밖에 부헝새가 와서 울더니, 하루를 바다 위에 구름이 캄캄. 오늘도 해 못 보고 날이 저무네.
부헝새 : [형] 서럽지. |
간밤에 뒷창 밖에서 부엉새가 울었다. 그러더니 온종일 바다 위로 구름만 캄캄하였다. 이 시는 이처럼 부엉새의 울음과 캄캄한 하루라는 아주 무관한 사실을 인과관계로 맺어놓았다. 불교적 인연설은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서정주의 시를 말하지 않을 수는 없을 듯하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대표적인 한국의 명시 '국화 옆에서'의 1연과 2연이다. 소쩍새의 울음과 국화꽃의 개화, 천둥과 국화꽃의 개화를 인과관계로 묶어 놓고 있는 모습이 소월의 시 '부헝새'와 너무도 흡사하다. 다만 서정주 시에서는 새울음 소리가 성숙이라는 긍정적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는 반면, 소월의 시에서는 캄캄한 하루라는 부정적 이미지와 연관을 맺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부헝새의 울음소리에서 인과된 '캄캄함'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구름이 캄캄'하다는 이미지는 화자의 지속적이고 암울한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오늘도'(5행)라는 시어를 통해 그 지속성을 확인할 수 있다. 서정주의 소쩍새 울음은 상황을 변화시키는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지만, 소월의 부헝새는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시대의 어둠이 그만큼 더 짙은 때문일까? 아니면, 화자의 개인적인 성향일까? |
김 소월(본명 :廷湜, 필명/아호: 素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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