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피학살 경남지역 유족회 회장단
합동 기자회견문
우리는 1950년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우리 국군과 경찰에 의해 아무런 재판절차도 없이 불법적으로 학살된 민간인들의 유족들입니다. 비록 총을 든 적군이라 하더라도 제네바협약에 의해 전쟁포로로 보호되어야 할진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우리 국군과 경찰이 아무 죄도 없는 비무장 민간인들을 전국 방방곡곡 산골짜기와 바다에서 총살 또는 수장시킨 만행은 어떠한 말과 논리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반인권·반인륜적 국가범죄입니다.
1960년 4.19혁명 이후 그나마 학살을 규명하려 했고 일부지역에서 유골을 찾아 묘역을 조성하여 안장하였으나 이듬해 5.16쿠테타 세력은 유족회 간부들을 전원 구속시켰을 뿐 아니라 경상남도만 하여도 밀양, 김해, 양산 등에서 어렵게 만든 묘역을 파헤쳐 없애버리는 부관참시 만행까지 저질렀습니다.
그로 인해 희생자의 유족들은 오랜 군사독재정권 치하에서 용공으로 몰릴까 두려워 억울하다는 하소연조차 못한 채 통한의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마침내 지난 참여정부 들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이 제정되고 ‘진실화해위원회’가 구성됨에 따라 반세기가 넘도록 은폐되었던 진실이 규명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정권이 바뀌면서 진실규명 활동은 지지부진 용두사미가 되었고, 이제는 활동기간 만료로 그런 위원회마저 해체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또한 이미 진실규명이 이루어진 사안에 대해서도 경상남도를 비롯한 시·군 자치단체는 국가기관인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과 권고를 외면한 채 위령사업과 유해안치시설 설치 등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도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장밋빛 공약만 쏟아놓고 있을 뿐, 그 누구도 역사의 은폐된 진실인 민간인학살 희생자에 대한 관심은 없습니다. 심지어 우리사회의 정의를 바로세우고자 노력하는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문제에 관한 한 과거의 일로 치부해버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바로잡지 못한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된다고 했습니다. 오늘의 온갖 부정과 불합리, 그리고 전쟁을 부추기는 듯한 냉전적 사고가 난무하는 것도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지 못한 데서 연유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그래서 경남지역 유족회 대표와 회원들은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과 정당에 아래와 같이 호소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정의를 바로잡을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결의합니다.
우리의 호소
첫째, 경남도내 각 시·군 자치단체장과 시·군의원 후보자들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시·군별 위령탑 건립을 약속하라.
둘째, 경남도지사 후보들은 경남지역에서 발굴된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골을 안치할 합동 추모공원 조성을 약속하라.
셋째,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자는 아직도 경남지역의 수많은 산골짜기에 암매장된 채 구천을 떠돌고 있는 원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유해발굴 용역 예산 확보를 약속하라.
넷째, 각 정당은 과거사 정리기본법에 명시된대로 ‘과거사 연구재단’을 설립하여 미신청자들의 진실규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약속하라.
다섯째, 각 정당은 이미 진실규명된 사건에 대해 ‘배·보상 특별법’을 제정하여 억울한 죽음과 그로 인한 유족들의 고통과 피해를 배·보상하라.
2010년 5월 11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피학살 경남지역 유족회
대표 및 회원 일동
합동 기자회견에 참여한 경남지역 유족회장(무순)
노치수(마산유족회장), 박영대(창영유족회장), 강병현(진주유족회장), 안병대(
김해유족회장), 양영철(밀양유족회장), 차용현(함양유족회장), 이용현(합천유
족회장), 엄창주(거창보도유족회장), 정맹근(산청유족회장), 이동환(사천유족
회장), 서봉석(산청군외곡리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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