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신명(天地神明)이시여!
칼바람과 세찬 물결이 어우러지는 검푸른 바다, 밤이면 바람 소리와 함께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이곳 괭이바다 위에서, 1950년 무더운 여름 밤 많은 생명들의 마지막 생의 절규와 죽음의 비명소리를 들어셨나이까?
민주국가요 법치국가라고 하는 대한민국이 법은 팽개치고 총칼만을 앞세워 자국의 국민들을, 어진 백성들을 아무런 죄목없이 오랏줄에 묶어 백장이 개잡듯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여 바다에 내동댕이치는 것을 보셨나이까?
조상님께 귀하게 내려받은 생명을, 먼 우주속에서 영글어 천지신명께서 내려주신 귀하디 귀한 생명을 지키려고 발버둥치며 "살려달라!"고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 고귀한 생명을 총칼로 처참하게 죽이는 것을 보셨나이까?
그 많은 생명들의 따뜻한 육신들을 얼마나? 어디로 다 흩어지게 했는 지? 혹 어디에다 한줌의 재라도 남겼는 지 아시나이까?
불러도 불러도 대답없는 1950년 학살 희생자 영령들이시여!
우리들 후손들은 61년이 지난 오늘에사 님들이 가신 이 자리에 왔습니다.
우리들 후손들은 61년이 지난 오늘에사 님들이 붉은 피를 토하고 절규하던 바다위에서 님들이 남긴 발자취를 찾으려 왔습니다.
바람소리와 파도소리만 들리는 이곳 괭이바다 위에서 61년이란 긴 세월 동안 떠돌던 영혼들을, 구천을 떠돌며 영면하지 못하는 영혼이나마 만나려고 머리 숙여 이제야 왔습니다.
억울하게 학살 희생되신 영령들이시여!
우리들 후손들이 피멍든 가슴 쓸어안고 통곡 한 번 못하고 살아온 세월들을 되새기며 무릅꿇고 업드려 맑은 술 한 잔 따르며 사죄드리려 왔나이다.
반백년을 훌쩍 넘겨 이제야 '진실규명' 시작 했노라고, '진실규명' 하노라고
하이얀 국화 송이 들고 <소망> 빌려 왔나이다.
구천을 떠도는 영령들이시여!
님들이시여!
이제 지난 모든 죄 용서하시고, 이땅에 '화해와 평화'가 깃들도록 절절이 맺힌 한을 푸시옵고 편히 잠드소서!
이제 모든 원한을 내려놓고 편안히 영면하옵소서!
오늘 함께 하신 모든 분들께도 많은 축복 내려주옵소서!
2011. 11. 21
창원유족회장 노치수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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