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古典

대장 (代杖)

감효전(甘曉典) 2012. 4. 12. 10:55

 

대장 (代杖)

 

 안주의 한 백성이 볼기로 매품을 팔아서 살아갔다.

외군(外郡) 아전이 병영(兵營)에서 곤장 7대를 맞게 되매 돈 5 꿰미를 걸고 대신 매맞을 사람을 구하였다.

그 매품팔이가 흔연히 나섰다. 
 집장(執杖) 사령(使令)은 그 자가 자주 나타나는 것이 얄미워서 곤장을 혹독하게 내리쳤다.

매품팔이는 곤장이 갑자기 사나와질 것을 생각지 못했던 터이라 우선 참아 보기로 하였다.

 

두 번째 매가 떨어질 때 도저히 견뎌낼 수 없어 얼른 다섯 손가락을 꼽아 보였다.

5꿰미의 돈을 뒤로 바치겠다는 뜻이었다.

집장 사령은 못 본 척하고 더욱 치도곤을 내려놓았다.

곤장 7대가 끝나기 전에 자기는 벌써 죽게 될 것임을 깨달았다.

재빨리 다섯 손가락을 다시 펴 보았다.

뒤로 먹이는 돈을 배로 올리겠다는 뜻인 줄 알 것이었다.

 

그로부터 매는 아주 가볍게 떨어졌다.

매품팔이는 나와서 사람들을 보고 뽐냈다.
 "내가 오늘에야 돈이 좋은 줄 알았어. 돈이 없었으면 오늘 나는 죽을 사람이었어."
매품팔이는 10꿰미로 죽음에서 면한 줄은 알고 5꿰미가 화를 불러 온 것은 모르는구나.

어리석은 촌사람이다.

 이보다 더한 일이 있었다.
 형조(刑曹)의 곤장 백 대는 속전(贖錢)이 7꿰미였고, 대신 매를 맞아 주는 사람이 받는 돈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매맞기로 살아가는 자가 있었다.

그는 무더운 여름날에 백 대 품을 하루 두 차례나 팔고 비틀비틀 자기 집을 찾아갔다.

그 여편네가 또 백 대 품을 선셈으로 받아 놓고 있었다.

남편을 보고 기쁜 듯이 말하였다.


사내는 상을 찌푸리고
 "내가 오늘 죽을 똥을 쌌어. 세 번은 안 되겠네."
여편네는 돈이 원통해서,
 "여보, 잠깐 고통을 참으면 여러 날 편히 배불릴 수 있잖수. 그럼 얼마나 좋우.

돈이 천행으로 굴러온 걸 당신은 왜 굳이 마다허우."
하고 술과 고기를 마련해서 대접하였다.

사내는 취해서 자기 볼기를 쓰다듬고 허허 웃으며,"옳거니."하고 나갔다.

가서 다시 곤장을 맞다가 그대로 즉사하고 말았다.
그 후 여편네는 이웃의 미움을 사서 구걸도 못 하고 길에 쓰러져 죽었다.

슬프다. 위의 두 이야기는 족히 세상에 경계가 될 것이다.

 

  <발췌하고 편집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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