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치료"의식의 경계를 넘나든다"
최면심리치료와 법최면수사로 테스트...
【광주=뉴시스】맹대환 기자 = "잠든 기억이 범인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광주·전남경찰청 최초의 법최면수사관인 광주경찰청 과학수사계 염기회 경위(41). 그는 "강력사건이 늘어날수록 최면수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살인, 강도, 성폭행 등 끔찍한 강력범죄의 피해자나 현장 목격자 등은 당시 충격으로 인해 가끔씩 의식의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
여기에 범인을 특정할 만한 물증이나 단서가 전혀 발견되지 않으면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기 십상이다.
이럴 때 최면수사가 이용된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속에 깊이 가라앉아 있는 기억을 끄집어내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범죄가 재구성되거나 범인의 얼굴 윤곽이 드러나기도 한다.
물론 사고 당시의 기억을 끄집어 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기억 저장장치가 강렬한 거부 반응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최면수사관은 신뢰감 속에 최면 대상자의 동의를 얻은 뒤 정신적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일단 최면수사관과 대상자의 라포(Rapport)가 형성되면 훼손됐던 기억 저장장치가 어느 정도 복구돼 범죄 당시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염 경위의 경우 지난 1월 광주에서 발생한 모텔 강도사건 피해자의 최면수사를 통해 범인의 윤곽을 얻어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2004년 법최면수사관 인증서를 획득한 염 경위는 연쇄 살인사건과 강도 등 총 200여 건이 넘는 강력사건에서 최면수사를 시도해 왔다.
시일이 지난 사건의 경우 기억 회복에 한계가 있지만 사건 발생 1~2일 후에는 예상치 못한 성과를 올리기도 한다.
최면수사는 1999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전담부서가 설치되면서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현재 활동중인 법최면수사관은 경찰 외에도 전국적으로 각 기관에 50여 명이 있다.
염 경위는 "최면수사는 심령술과는 달리 과학적인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바탕으로 한 수사기법의 한 분야"라며 "범죄분석 과정에서 수사방향을 좁혀 가는데 매우 유용하게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염 경위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 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피해자들이 최면수사를 받고 나면 오히려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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