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의 이론 (1)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의식
* 집단 무의식
융은 프로이트처럼 무의식을 강조하였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의 세계를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 데 반해, 융은 무의식에는 ‘개인적인 무의식’과 ‘집단 무위식’의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집단 무의식’의 심층에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전 인류에게 공통된 기억이나 이미지가 잠재해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뱀을 생리적으로 싫어한다. 뱀이 사람을 잡아 먹거나 하지 않는 데도 말이다.
융의 주장에 의하면, 이러한 뱀에 대한 혐오감은 옛 인류의 조상들리 파충류에게 습격을 당했던 당시의 기억이,유전자에 의해 지금도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융은 정신과 의사로서 실제로 많은 분열병 환자들의 임상치료를 하였다. 따라서 그들의 꿈이나 망상 가운데에는 현대인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태고적이며 신화적인 심벌이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와같은 심벌이 정상적인 사람의 꿈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집단 무의식의 존재를 확신하게 되었다.
기시감도 이 집단 무의식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즉 처음 보는 것인데도 전에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든다든지, 처음 찾은 고장인데도 웬지 낯익은 곳처럼 느껴지는 것은 옛 조상들이 이미 경험했던 기억과 결부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인류학이나 종교, 오컬트, UFO에 이르기까지 규모의 장대함과 신비성은 융 심리학의 커다란 매력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융의 인기가 높은 것도 이같은 매력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 오컬트(Occult): 초심리학(Parapsychology) 전신감응, 천리안 따위의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다. 비과학적이며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비학.
* 융(Jung, Carl Gustav: 1875- 1961): 스위스의 심리학자. 처음에는 프로이트와 함께 정신분석학의 확립을 도모했으나, 성욕설이나 무의식의 사고에 뜻을 달리해 독자적인 분석심리학을 창시.
융의 이론 (2) 누구나 가면을 쓰고 있다
* 원형
융이 주장하는 무의식에는 ‘개인적인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이 있다고 앞에서도 언급했다. 그리고 그 집단 무의식을 구성하고 있는 것을 ‘원형(Archetype)'이라 명명했다.
원형이란 전인류 공통의 기억이나 이미지의 모티브가 된 것을 말한다. 이 원형에는 각양각색의 것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하다고 일컬어지는 ‘페르소나(가면은 쓴 인격)’, ‘그림자’, ‘아니마(Anima: 남성 속의 여성적 요소)’, ‘아니무스(Animus: 여성 속의 남성적 요소)’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페르소나’란 사람들이 외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얼굴을 가리는 가면과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연인을 갖고 싶어하는 젊은 의사에게 젊고 아름다운 환자가 찾아 왔다고 하자. 이 의사는 내심 여자의 전화번호가 알고 싶지만, 노골적으로 물어 볼 수는 없어서 ‘어디가 아프십니까?’라는 의사다운 질문만을 하게 된다. 이런 태도는 비단 이 의사뿐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대체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가면을 써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같은 가면을 ‘페르소나’라고 한다.
‘그림자’에는 개인적인 그림자와 보편적인 그림자가 있다. 개인적인 그림자란 성격의 표면상에 나타나지 않는 면으로서, 표면상의 성격을 보완해 주는 존재이다. 예를 들면, 항상 밝고 활달한 사람의 어두운 부분이 그림자가 되며, 항상 온순한 사람의 활달한 부분이 그림자가 되는 것이다.
보편적인 그림자란, 예를 들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의 나쁜 부분을 말한다.
한편 ‘아니마’란 남성 속에 자리잡고 있는 여성의 영원한 이미지를 말하며, ‘아니무스’란 여성 속에 자리잡고 있는 남성의 영원한 이미지를 말한다. 사람들은 그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아니마’나 ‘아니무스’를 투영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원형이 무의식의 영역내에 잠재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단지 원형이 형태를 바꾸어 꿈이나 공상 속에서 등장한다. 융 자신도 원형을 모티브로 한 꿈울 꾼적이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 개인적인 무의식: 각기 개인과 관계가 있는 의식인데 잊어버린 기억이나 억압된 의식, 충동, 소원 등이 잠재해 있다.
* 페르소나(Persona): 융은 페르소나를, 서양의 고전극에서 배우들이 쓴 가면(Persona)을 보고 착상했다. 사람들은 모두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그 무엇인가의 페르소나를 쓰고 생활하고 있다.
* 그림자(Shadow): 한 사람의 인격의 반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림자라고 표현하면, 부정적, 비판적인 이미지를 연상하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융의 이론 (3) 의미가 있는 우연
* 동시성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는 속담이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그 당사자가 갑자기 모습을 나타내는 경우에 주로 사용된다. 이와 같은 우연에 대하여 융은 ‘우연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어느 날 융은 환자와 고대 이집트의 투구벌레(장수풍뎅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그때 창 밖으로부터 한마리의 투구벌레가 방 안으로 날아왔다. 이 신기한 우연의 일치현상이 발생한 직후 그토록 지지부진했던 환자의 치료가 아주 순조롭게 풀리기 시작했다.
융은 가끔 직면하게 되는 불가사의한 현상을 단순히 우연의 일치로 보아 넘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것을 합리적인 인과율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 다른 미지의 연관으로 맺어진 심리적 평행현상이라고 생각하여, 이를 공시성 또는 동시성(Synchronicity)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공시성 또는 동시성의 개념은 융의 심리학 중에서 가장 난해하고도 신비적인 색채가 강해,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심리학파들은 아직까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와같은 대담한 이론에 융이 확신을 갖게 된 배경으로는 그가 갖고 있는 심오한 동양적인 사상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불교나 도교의 사고방식은 사상을 요소가 아닌 전체로 파악하여, 우연의 일치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실제 치료에 주역이나 불교의 본질인 깨달음을 이용할 만큼 동양의 예지에 매혹되어 일종의 정신적 이상향을 발견해 낸 듯하다.
* 융의 왕성한 호기심: 융은 종교나 신화, 동양사상, 신비사상 등의 연구도 많이 하였다. 그런가하면 아프리카, 멕시코, 인도를 비롯하여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등 매우 행동적인 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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