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양용께서 따님에게 보낸 화첩(하피첩)
다산 정약용이 천주학쟁이라는 죄목으로 전남 강진에서 19년 동안 유배생활을 할 때
병든 아내 홍부인이 시집올 때 입었던 낡은 치마 여섯 폭을 보내온다.
초로의 병든 아내는 왜 유배지에 있는 남편에게 이 빛바랜 치마를 보냈을까.
가례를 치르던 날 그토록 붉고 선명하던 붉은 색 활옷 치마는 이제 낡을 대로 낡고
빛이 바래 노을빛만 남았다.
서로 떨어져 함께 하지 못하는 부부간의 그리움도 이제는 차분히 가라앉은
노을빛이 된 것인가.
그리움에 애가 타기는 해도 이제는 젊은 날의 열정마저 빛이 다 바랬으리라.
잘라 배접을 하고 첩(帖)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산은 배접을 한 후 먼저 네 첩으로 만들어 두 아들에게
경계하는 말을 지어 보냈다.
그 나머지를 이용해서 다산은 남은 치마폭에 가리개를 만들어 시집간 딸에게 보냈다.
그리고 그 치마조각들을 책으로 묶고 표지에 하피첩( 霞帔帖)이라 썼다.
‘노을치마’란 뜻이다.
梅花屛題圖(1813년; 고려대 박물관에 소장되어있음)에는 둥치는 그리지 않고
둥치에 비껴 나온 매화 가지를 그리고 그 가지위에 멧새 두 마리를 그렸다.
한 녀석은 먼데를 쳐다보고 있고 딴 짓을 하던 한 녀석은 고개를 돌려 제짝과
눈길을 맞춘다. 그림 아래 여백에 시를 한수 짓고 곁에다 이런 글을 남긴다.
다산의 동암에서 쓴다.
내가 강진서 귀양산지 여러 해가 지났다.
홍부인이 낡은 치마 여섯 폭을 부쳐왔다.
세월이 오래어 붉은 빛이 바랬길래 이를 잘라 네 첩으로 만들어 두 아들에게 주었다.
그 나머지를 이용해서 작은 가리개로 만들어 딸에게 보낸다.’
그 가리개에 그린 매화 가지 아래에 쓰인 시는 다음과 같다.
翩翩飛鳥 (편편비조)
펄펄 하늘을 나는 새들이
息我庭梅 (식아정매)
우리 집 뜰 앞 매화 가지에서 쉬는구나
有烈其芳 (유열기방)
꽃다운 그 향기 은은하기도 하여
惠然其來 (혜연기래)
즐거이 재잘거리려 찾아왔나보다
爰止爰棲 (원지원서)
이렇게 이르러 둥지를 틀고
樂爾家室 (낙이가실)
너희는 네 집안을 즐겁게 해 주어라
華之旣榮 (화지기영)
꽃은 이미 활짝 폈으니
有賁其實 (유분기실)
이제 토실한 열매가 많이 달리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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