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僧貪月色 幷汲一甁中
到寺方應覺 甁傾月亦空
(산승탐월색 병급일병중
도사방응각 병경월역공)
산에 사는 스님이 달빛을 탐내
병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네
절에 돌아와 비로소 깨달으리
병을 기울이면 달도 역시 비게 되는 것을
☞ 이규보(李奎報), <산석영정중월(山夕詠井中月)>
※ 이 시는 불교경전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密多心經)≫(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과 맥이 닿아있다고 한다. 색(色)이란 형태가 있는 물질세계를 일컫는 것이고 공(空)이란 그 실체가 없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사람들이 현상계에서 오감을 통해 느끼는 것은 광범한 연기(緣起)의 한 순간을 포착한 것에 불과할 뿐 고정불변한 그 무엇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병 속의 달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물을 쏟고나면 물과 함께 없어지고 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갖고자 하는 것이 많다. 또 그것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인다. 하지만 인간이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자기 목숨 하나 뜻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 아닌가.
정중월(井中月) 병중월(甁中月)이고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다.
※ 근현대 중국 서화가 유진비(劉振飛) 고유렴(高維廉)의 <산수 금강반야바라밀경(山水 金剛般若波羅密經)> 成面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소요유逍遼遊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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