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송(南宋) 화가 하규(夏圭)의 <전당추조도(錢塘秋潮圖)> 단선(團扇)
廬山煙雨浙江潮 未到千般恨不消
到得還來無別事 廬山煙雨浙江潮
(여산연우절강조 미도천반한불소
도득환래무별사 여산연우절강조)
여산(廬山)의 는개와 절강(浙江)의 물결이여
가보지 못했을 땐 천만 가지 한(恨)이었네
가보고 돌아오니 별다른 것은 없고
여산의 는개와 절강의 물결이었네
☞ 소동파(蘇東坡), <여산연우(廬山煙雨)>
※ 남송(南宋) 화가 이숭(李嵩)의 <전당관조도(錢塘觀潮圖)>
- 인생의 켜가 쌓이면서 불교적 선(禪)에 기울었던 소동파의 선시(禪詩) 가운데 하나다.
흔히 보고 싶은 것을 보지 못하거나 갖고 싶은 갖지 못했을 아쉬움이 묻어난다. 그것이 쌓이면 미련으로 덧나기도 하고 심하면 한(恨)으로 응어리지기도 한다.
대개는 무지갯빛 환상을 좇거나 제나름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 온갖 신화를 덧씌우는 것이 인간사의 현상이다.
그러나 막상 보거나 갖고 나면 그것이 별 것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그런 것일 줄 짐작하면서도 비슷한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기도 하는 것이 인간이다. 하지만 직접 보거나 갖기 전에는 누가 뭐라 해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도 인간이다.
※ 청대(淸代) 화가 원강(袁江)의 <관조도(觀潮圖)>
- 안개처럼 보이면서 이슬비보다 가늘게 내리는 비를 우리말로 '는개'라 한다. 한자어로 표현하면 연우(煙雨) 또는 무우(霧雨)가 될 것이다.
시에 나오는 '절강'(浙江)은 중국 남부 절강성 북부를 유역으로 하여 항주만(杭州灣)으로 흘러드는 전당강(錢塘江, 410km)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므로 첫 번째와 마지막 구의 '절강조'(浙江潮)는 '전당강의 물결'이라고 푸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 근현대 중국화가 응야평(應野平)의 <여산도(廬山圖)>
전당강은 세계 최대의 바닷물 역류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다. 하류의 양안에는 산이 많아 조수가 사납다.
음력 팔월이면 한층 맹렬해지니 이것이 소동파가 말하는 '절강조'(浙江潮)다. 매년 가을 오자서(伍子胥)의 혼백이 큰 조류가 되어 이 강을 거슬러 오기 때문이라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매년 음력 8월 15일부터 8월 18일 사이 전당강에는 큰 조수가 형성되어 장관을 이룬다. 때문에 이 시기 전당강 대교에는 아마존강의 대역류를 방불케 하는 장관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여산(廬山, 1474m)은 중국 제일의 담수호인 파양호 주변에 있는 세계적인 명산이다. 단층운동에 의한 융기작용으로 생긴 산으로 곳곳에 단애와 폭포가 산재해 있다.
연중 강수량이 1833㎜에 이를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고 안개가 끼는 날이 많다. 그러니 산 아래에서 정상을 보기란 쉽지 않다. 소동파(蘇東坡)가 '여산연우(廬山煙雨)'를 운위(云謂)한 것은 이런 특징과 맥이 닿아 있다.
※ 현대 중국화가 공중기(孔仲起)의 <절강조(浙江潮)>
일찍이 이백(李白)은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에서 여산폭포의 장쾌함을 노래한 적이 있고, 소동파(蘇東坡) 자신도 <제서림벽(題西林壁)>이라는 시(詩)에서 여산진면목(廬山眞面目)을 읊조린 바 있다.
또 송강(松江) 정철(鄭澈)은 금강산의 빼어난 경치를 절반만 보고 "廬山 眞面目이 여긔야 다 뵈다"라고 말해 여산을 금강산과 견주기도 했다.
※ 근현대 중국화가 당운(唐雲)의 <여산연우절강조(廬山煙雨浙江潮)> (1939年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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