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고서화(古書畵)

[스크랩] 해활종어약(海闊從魚躍)

감효전(甘曉典) 2012. 1. 12. 21:46

※ 청대(淸代) 서화가 왕매정(汪梅鼎)의 <탁족만리류도(濯足万里流圖)> 수권(手卷) (1800年作)

 

海闊從魚躍  天空任鳥飛  非大丈夫不能有此度量
振衣千仞岡  濯足萬里流  非大丈夫不能有此氣節
珠藏澤自媚  玉韞山含輝  非大丈夫不能有此蘊藉
月到梧桐上  風來楊柳邊  非大丈夫不能有此襟懷
(해활종어약 천공임조비 비대장부불능유차도량
 진의천인강 탁족만리류 비대장부불능유차기절
 주장택자미 옥운산함휘 비대장부불능유차온자
 월도오동상 풍래양류변 비대장부불능유차금회)


드넓은 바다에 물고기 뛰놀고 하늘에 새들이 맘껏 날갯짓하네
대장부 아니면 이런 도량 지닐 수 없느니
천길 벼랑 위에서 옷깃을 털고 만리 흐르는 물에 발을 씻으리
대장부 아니면 이런 기개와 절조 지닐 수 없느니
구슬 숨어 있으니 못은 절로 아름답고 옥을 품고 있으니 산은 빛을 머금었네
대장부 아니면 이런 학문과 도량 지닐 수 없느니
달은 오동나무 가지에 걸려 있고 바람은 버들가지에 불어오도다
대장부 아니면 이런 감회 지닐 수 없느니

 

☞ 김난생(金蘭生), ≪格言聯璧(격언연벽)≫, 三民書局(삼민서국), 2003.

 

※ 근현대 중국화가 오청하(吳靑霞)의 <해활어약(海闊魚躍)> 선면(扇面) (1944年作)

 

※ 韞玉: 옥을 싸서 감춤.

※ 蘊藉: 교양이 있고 도량이 크며 얌전함.
    襟懷: 마음속에 깊이 품고 있는 회포(懷抱). 襟期
cf: 춘산여소(春山如笑): 봄철의 산이 온자(蘊藉)함을 이르는 말.

 

 

※ 청대(淸代) 화가 오곡상(吳谷祥)의 <탁족만리류(濯足萬里流)>

 

※ 청대(淸代) 화가 해강(奚岡)의 <振衣千仞>

 

※ 근현대 중국화가 장대천(張大千)의 <濯足萬里流> 

 

※ "海闊從魚躍 天空任鳥飛"는 ≪고금시화(古今詩話)≫에 보이며, "振衣千仞岡  濯足萬里流"는  좌사(左思/좌태충 左太沖)의 <영사(詠史)> 중에 나온다.

 

또 "珠藏澤自媚  玉韞山含輝"는 주희(朱憙)의 <재거감흥이십수(齋居感興二十首)> 중에 나오며, "月到梧桐上 風來楊柳邊"은 ≪추구(推句)≫에서 만날 수 있다.

 

※ 좌사(左思): 서진(西晉) 제일의 문인. 자(字)는 태충(太沖).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도읍인 성도(成都)와 오(吳)나라 도읍인 건업(建業), 그리고 위(魏)나라의 도읍인 업(鄴)의 흥망성쇠를 노래로 지은 ≪삼도부(三都賦)≫의 작가로 유명하다.

 

≪삼도부(三都賦)≫는 좌사가 10년이라는 세월을 들여 집필(십임삼도 十稔三都)한 일생일대의 노작(勞作)이었다. 그러나 막상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생각 끝에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자 은사(隱士)였던 황보밀(皇甫謐)을 찾아가 작품을 보였다. 황보밀은 문을 닫고 숨어살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현안'(玄晏)선생이라 불렀다. 황보밀은 좌사의 작품을 보고 높이 평가하며 서문을 써주었다. 


≪삼도부(三都賦)≫는 당대 문단의 거두였던 시인 장화(張華)로부터 후한(後漢)의 대시인 반고(班固)와 장형(張衡)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일약 유명해졌다. 반고는 ≪양도부(兩都賦)≫를, 장형(張衡)은 ≪이경부(二京賦)≫를 각각 남겼다.

 

장화의 평가가 나오자 당시 수도 낙양(洛陽)의 지식인들이 다투어 ≪삼도부(三都賦)≫를  베끼기 시작했고, 종이의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이로부터 "낙양의 지가(紙價)를 올린다"(洛陽紙貴/洛陽紙價高)라는 말이 생겼다.

 

※ 장대천(張大千)의 <진의천인강 탁족만리류(振衣千仞岡  濯足萬里流)>

 

※ 현대 중국화가 정력(鄭力)의 <진의천인강(振衣千仞崗)>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소요유逍遼遊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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