使居有良田廣宅
背山臨流 溝池環匝
竹木周布 場圃築前 果園樹後
舟車足以代步涉之難
使令足以息四體之役
養親有兼珍之膳 妻孥無苦身之勞
良朋萃止則陳酒肴以娛之 嘉時吉日則烹羔豚以奉之
躕躇畦苑 遊戱平林
濯淸水 追凉風
釣游鯉 弋高鴻
諷於舞雩之下 詠歸高堂之上
安神閨房 思老氏之玄虛
呼吸精和 求至人之彷彿
與達者數子 論道講書
俯仰二儀 錯綜人物
彈南風之雅操 發淸商之妙曲
逍遙一世之上 睥睨天地之間
不受當時之責 永保性命之期
如是則可以凌霄漢 出宇宙之外矣
豈羨夫入帝王之門哉
(사거유양전광택
배산임류 구지환잡
죽목주포 장포축전 과원수후
주거족이대보섭지난
사령족이식사체지역
양친유겸진지선 처노무고신지로
양붕췌지즉진주효이오지 가시길일즉팽고돈이봉지
주저휴원 유희평림
탁청수 추량풍
조유리 익고홍
풍어무우지하 영귀고당지상
안신규방 사노씨지현허
호흡정화 구지인지방불
여달자수자 논도강서
부앙이의 착종인물
탄남풍지아조 발청상지묘곡
소요일세지상 비예천지지간
불수당시지책 영보성명지기
여시즉가이릉소한 출우주지외의
기선부입제왕지문재)
내가 사는 곳에는 좋은 밭과 너른 집이 있습니다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냇물이 흐르며
도랑과 못이 주위에 둘러 있고 대와 나무가 사방을 둘러싸며
채마밭과 꽃밭이 앞에 있고 뒤에는 유실수와 나무가 있습니다
배와 수레가 있어 걷거나 건너는 어려움을 족히 덜어주고
심부름하는 아이 있어 팔다리를 움직여야 하는 수고를 대신해줍니다
부모님을 봉양함에 맛있는 음식이 있고
처자식에게는 몸으로 부대껴야 하는 괴로움이 없습니다
벗들이 몰려오면 술과 안주를 내와 즐기고
좋은 때 좋은 날이면 양과 돼지를 삶아 대접합니다
밭둑과 동산을 거닐고 넓은 숲에서 즐겁게 노닐며
맑은 물에 몸을 씻고 시원한 바람을 쫓습니다
자맥질하는 잉어를 낚고 높이 나는 기러기를 쏘아 떨어뜨립니다
너른 언덕 아래에서 변죽을 울리고
높은 대청 위로 시를 읊으며 돌아옵니다
안방에서 심신(心神)을 편안히 하고 노장(老莊)의 현묘함을 사색하며
호흡으로 정기를 조절하여 지인(至人)의 경지를 엿봅니다
몇몇 통달한 사람과 더불어 도를 얘기하고 문장을 강론하며
하늘을 우러러 땅을 굽어보아 고금의 인물들을 품평합니다
남풍의 고아한 곡조를 타보고 청상곡의 미묘한 가락을 연주하며
속세를 떠난 높은 경지에서 노닐며 천지의 이치를 곁눈질하고
당대의 책임을 떠맡지 않으며 타고난 목숨을 오래도록 보존합니다
이와 같이 하면 저 하늘을 넘어 우주 밖으로 나갈 수 있으니
어찌 제왕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부러워하겠습니까
☞ 중장통(仲長統), <낙지론(樂志論)>
※ 청대(淸代) 화가 왕석곡(王石谷)의 <낙지도(樂之圖)> (1697年作)
※ 명대(明代) 화가 문팽(文彭)의 <낙지임천도(樂志林泉圖)>
- 중장통(仲長統, 179∼220): 후한(後漢)시대의 학자이자 고사(高士). 환로(宦路)의 길을 마다하고 포의(布衣)로 일생을 마쳤다.
평소 "무릇 帝王을 따라 노니는 자들은 입신양명(立身揚名)하고자 해서이나, 이름은 항상 보존되는 것이 아니다. 한가로이 노닐며 자유롭게 기거하여 진실로 그 뜻을 스스로 즐길 뿐"(凡遊帝王者 欲以立身揚名耳 而名不常存 人生易滅 優游偃仰 固以自娛其志)이라 하였다.
- 場圃(장포): 남새밭/霄漢(소한): 하늘. 창천(蒼天)/舞雩(무우): 기우제 또는 기우제 지내는 제단을 뜻한다. 여기서는 '너른 언덕'으로 해석했다.
※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의 <삼공불환(三公不換)>.
송나라 때의 시인 대복고(戴復古)의 조대시(釣臺詩)에 나오는 구절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유유자적한 삶은 삼정승 같은 고관대작의 지위와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림 왼쪽 상단에 간재(艮齋) 홍의영(洪儀泳)이 후한(後漢)시대 중장통(仲長統)의 <낙지론(樂志論)>을 제사(題詞)로 넣었다.
※ 명대(明代) 서화가 왕총(王寵)의 해서(楷書) <낙지론(樂志論)> 手卷 (1530年作)
※ 청말(淸末) 서화가 오대징(吳大澂)의 전서(篆書) <낙지론(樂志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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