岸容待臘將舒柳 山意衝寒欲放梅
雲物不殊鄕國異 敎兒且覆掌中杯
(안용대랍장서류 산의충한욕방매
운물불수향국이 교아차복장중배)
세밑 강 언덕에 버들가지 움터 오르려 하고
산 속 매화 추위를 뚫고 피어오르려 하네
구름은 고향에서도 다르지 않으리니
아이 시켜 잔에 술 다 따르게 하련다
☞ 두보(杜甫), <소지(小至)>
※ 소지(小至): 동지(冬至) 하루 전날.
※ 명(明)나라 화가 만방치(萬邦治)의 <취음도(醉飮圖)>
※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동무 가운데 이주민(李朱民)이라는 호주가(好酒家)가 있었다. 그는 술의 청탁(淸濁)과 술잔의 대소(大小)를 가리지 않고 일단 잔을 들면 단숨에 들이켰다 한다.
이를 일러 복주(覆酒)라고 했다. 직역하면 '술잔 뒤집기', 시쳇말로 하면 '원샷'이 될 것이다. 그는 주석에서 늘 복주(覆酒)로 일관했다. 하지만 한 번도 얼굴을 붉히거나 입가에 거품을 묻히지 않았다 한다.
그는 자신의 복주(覆酒)를 짐짓 변명하면서 두보(杜甫)도 '술잔 뒤집기'를 했다고 둘러댔다. 즉 두보가 그의 시 <소지(小至)>에서 "아이 불러 술잔을 엎으리라"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바로 위에 나오는 시의 마지막 구절을 끌어들인 것이다.
敎兒且覆掌中杯를 우정 "아이 불러 술잔을 엎으리라"로 교묘히 비튼 것이다. 한문 번역의 묘미를 한껏 살려 자기 식으로 패러디한 것이지만 그 기발한 '돌려차기'에 좌중이 한 바탕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니 대단한 기지(機智)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현대 중국화가 전덕민(錢德敏, 錢慧安의 曾孫女)의 <유주무량(惟酒無量)>
일찍이 공자(孔子)도 술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惟酒無量不及亂(유주무량불급난). "술에 한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지러운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는다"쯤으로 풀 수 있을 것이다.
술 좋아하는 선수들이 이를 "유주무량이니 불급이면 난이니라"라고 끊어 읽으며 "오직 술만은 한도가 없으니 양에 차지 않으면 난동을 부려라"로 제 나름의 해석을 하고는 마음껏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 네이버 블로그에 실린 심경호 교수(고려대)의 "선인들의 풍류: 우아하고 멋스러운 정취" 제하의 글 일부를 간추려 재정리한 것이다.
※ 청말근대(淸末近代) 화가 심심해(沈心海)의 <유주무량(惟酒无量)>
※ 청대(淸代) 서화가 장조(張照)의 <維酒無量>
※ 청대(淸代) 화가 전혜안(錢慧安)의 <惟酒無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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