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開不竝百花叢 獨立疏籬趣未窮
寧可枝頭抱香死 何曾吹落北風中
(화개불병백화총 독립소리취미궁
영가지두포향사 하증취락북풍중)
꽃을 피워도 여느 꽃과 섞이지 않고
성긴 울타리 아래 홀로 서 있으되 그 자태 의젓하구나
차라리 가지 끝에 향기 머금은 채 시들지언정
어찌 삭풍에 휩쓸려 꽃잎 떨어뜨리리
☞ 정사초(鄭思肖), <한국(寒菊)>
※ 何曾: 어찌∼이겠는가/어찌 ∼했겠는가.
※ 국화에는 5∼7월에 피는 하국(夏菊), 8월에 피는 8월국, 9∼11월에 피는 추국(秋菊), 11월 하순부터 12월에 걸쳐 피는 한국(寒菊)이 있다고 한다.
※ 송말(宋末)∼원초(元初)의 시인이자 화가인 정사초(鄭思肖)의 본명은 모(某)였다. 남송(南宋) 왕조가 망하자 이름을 사초(思肖)로 바꾸었다. 思肖는 '조(趙)씨를 그리워하다'는 뜻. 송(宋)의 조(趙)씨 왕조에 대한 애착을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이 사는 집을 '본혈세계(本穴世界)'라고 불렀다. '본(本)'자의 십(十)을 떼어내 '혈(穴)'자에 붙이면 '대송세계(大宋世界)'가 된다.
그는 평소 앉고 누울 때도 늘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향했다. 원(元)나라 말이 들리면 귀를 막고 달아났다. 남송을 패망시킨 원(元)나라에 대한 증오와 남송에 대한 회한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그는 서화(書畵)에도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그러나 꽃을 그려도 흙과 뿌리를 그리지 않았다. 그의 묵란(墨蘭) 그림에는 뿌리를 볼 수 없다. 송 왕조의 땅이 이민족에게 침탈당해 삶의 뿌리를 내릴 곳이 없다는 것을 우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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