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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열녀함양박씨전 병서(烈女咸陽朴氏傳 幷書)

감효전(甘曉典) 2012. 1. 12. 10:41

※ 근현대 중국화가 왕숙휘(王叔暉, 女)의 <침침계정(針針系情)>  

 

大抵人之血氣  根於陰陽
情欲鍾於血氣  思想生於幽獨  傷悲因於思想
寡婦者  幽獨之處而傷悲之至也
血氣有時而旺  則寧或寡婦而無情哉
殘燈弔影  獨夜難曉
若復簷雨淋鈴  窓月流素
一葉飄庭  隻雁叫天
遠鷄無響  穉婢牢鼾 
耿耿不寐  訴誰苦衷
(대저인지혈기  근어음양
 정욕종어혈기  사상생어유독 상비인어사상
 과부자  유독지처이상비지지야
 혈기유시이왕  즉녕혹과부이무정재
 잔등조영  독야난효
 약부첨우림령  창월류소
 일엽표정  척안규천
 원계무향  치비뢰한
 경경불매  소수고충)


대개 사람의 혈기는 음양에 근거하는 것이라
정욕은 혈기에서 싹트는 것이며 그리움은 고독한데서 생기고

슬픈 마음은 그리움에서 말미암는다
과부된 사람은 언제나 고독하고 지극히 슬픈 마음을 지니고 산다 
때로 혈기가 왕성할 경우에 어찌 과부라고 정욕이 없겠느냐
가물거리는 등불아래 그림자만 벗하고 밤을 밝히기란 진실로 힘이 든다
더구나 처마 밑에 낙숫물 떨어지는 비 오는 밤, 별빛이 흐르는 달 밝은 밤
나뭇잎 소리 마당가에 쓸쓸하고, 외기러기 하늘에서 슬피 우는 밤
멀리 닭 우는 소리 메아리도 없고 어린 종년의 코고는 소리는 어찌 이리도 큰지
눈은 말똥말똥하여 잠이 오지 않으니 누구에게 이 어려움을 호소하겠느냐

 

☞ 박지원(朴趾源), <열려함양박씨전 병서(烈女咸陽朴氏傳 幷書)> 중에서

 

※ 청대(淸代) 화가 임훈(任薰)의 <등하침사도(燈下沈思圖>

 

※ 옛날에 높은 벼슬을 하는 형제가 어머니 앞에서 어떤 사람의 벼슬길을 막고자 의논을 했다. 어머니가 물었다. "무슨 잘못이 있기에 그의 벼슬길을 막으려 하느냐?"


아들이 대답하여 이르기를 "그 윗대에 과부가 있었는데 바깥소문이 매우 시끄럽습니다" 했다.

어머니가 깜짝 놀라면서 "그런 일은 안방에서 일어난 일인데 어찌 알게 되었단 말이냐"하고 물었다.
아들이 "풍문에 그렇다고 합니다"하고 대답했다.


이에 그 어머니가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가지고 어찌 다른 사람의 일을 논할 수 있느냐며 두 아들을 책망한다. 더욱이 그 어머니 역시 과부였다. 그러니 과부의 아들이 과부를 논죄(論罪)하는 기막힌 광경이 펼쳐진 꼴이다.

 
위의 글은 어머니가 두 아들을 앉혀놓고 자신이 살아온 지난 10년 동안의 삶의 이면을 회고한 대목이다. 연암(燕巖)은 '열녀 함양박씨'의 입을 빌리는 형식으로 유교적 엄숙주의와 관념적 도덕률이 지배하던 조선조 후기 이 땅의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의식세계의 단면을 드러내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경화수월鏡花水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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