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고서화(古書畵)

[스크랩] 화미심천입시무(畵眉深淺入時無)

감효전(甘曉典) 2012. 1. 12. 00:27

※ 근현대 중국화가 오청하(吳靑霞)의 <경조화미(京兆畵眉)>(1936年作)

 

洞房昨夜停紅燭  待曉堂前拜舅姑
妝罷低聲問夫壻  畵眉深淺入時無
(동방작야정홍촉 대효당전배구고
 장파저성문부서 화미심천입시무)


어젯밤 신방의 붉은 촛불 끄고
새벽을 기다려 시부모께 문안드렸네
단장을 마친 뒤 남편에게 나직이 묻기를
눈썹 화장이 짙거나 엷어 유행에 맞는지요


☞ 주경여(朱慶餘), <근시상장수부(近試上張水部)>


※ 舅姑: 시부모
※ 夫壻: 남편
※ 畵眉: 눈썹을 그림. 여인의 눈썹을 그려주는 행위로 부부나 정인(情人) 사이의 낙취(樂趣).

 

※ 청대(淸代) 화가 비단욱(費丹旭)의 <화미도(畵眉圖)>

 

중국에서 여인들의 눈썹 화장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일찍이 춘추전국 시대 때 부녀자들이 자기의 눈썹을 짙게 하는 화장을 즐겼다. 진(秦)나라 때는 얼굴은 붉게 하고 눈썹은 푸르게 하는(紅妝翠眉) 화장이 유행했다.

 
한(漢)나라 때에 이르러서는 단순히 눈썹을 칠하는 외에 이미 있던 눈썹을 깎아내고 그 자리를 검게 칠하는 화장법이 인기를 얻었다. 이를 당시 사람들은 훈미(黛眉)라 했다. 당(唐)나라 때는 화미(畵眉)의 기풍이 더욱 성행했고 이후 송·원·명·청까지 유행은 수그러지지 않았다.

 

화미(畵眉)와 관련해서는 흥미로운 고사(故事)도 있다.
 

한(漢)나라 때 경조윤(京兆尹), 지금으로 치면 서울시장을 지낸 장창(張敞)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정무를 게을리 하고 자기 부인의 눈화장을 해줬다 하여 그 사실이 황제에게까지 보고되었다.

 

황제가 힐문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신이 듣기로 안방에서 일어나는 부부의 일은 눈썹 그려주는 정도를 넘어서는 것입니다"(臣聞閨房之內 夫婦之私 有過於畵眉者). 황제가 그의 말을 듣고 일리가 있다고 인정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남녀간의 사랑이나, 곱고 예쁜 여자를 일컬어 경조화미(京兆畵眉)라 했다. 비슷한 뜻으로 화미지락(畵眉之樂)이라는 말도 쓴다. 

 

달리 '장창화미'(張敞畵眉)·'화미장창'(畵眉張敞)·장창화'(張敞畵)·'경조화'(京兆畵)·'장창미'(張敞眉)·'경조미'(京兆眉)·'화미부서'(畵眉夫婿)·'화미장'(畵眉張)·'화미창'(畵眉敞)·'화미객'(畵眉客)이라고도 한다.

 

※ 근현대 중국화가 주기석(朱其石)의 <경조화미 성면(京兆畵眉 成面)>


옛 사람들은 말한다. "원앙(鴛鴦)을 부러워하지 신선을 부러워하지 않는다"(只羨鴛鴦不羨仙)고. 더러 인생은 슬프고 괴로우며, 즐거움은 적고 아픔만 많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본질적으로 끊임없는 인고(忍苦)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어찌 슬픔과 괴로움뿐이겠는가.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나무가 크면 그늘도 큰 법이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인생에 아픔과 슬픔이 있다면 기쁨과 즐거움도 있는 법이다. 기쁨과 즐거움이 있기에 아픔과 슬픔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결코 넘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화미지락(畵眉之樂)이 아닐까. 실로 화미지락이 없고서야 인생의 즐거움을 얘기할 수 없다.

   

※ 근현대 중국화가 정붕(丁鵬)의 <화미춘효(畵眉春曉)> (1930年作)

 

남녀간의 은밀한 사랑을 표현한 말로 투향절옥(偸香竊玉) 또는 절옥투향(竊玉偸香)이라는 말도 있다. 직역하면 향을 빼돌리고 옥을 훔친다는 뜻이다. 

 

향과 옥은 여인들의 물건이다. 그것을 빼돌리고 훔친다는 것은 곧 여인의 마음을 빼앗는다는 뜻이다. 말이 빼돌리고 훔치는 것이지 사실은 여인의 마음을 얻어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진대(晉代) 고관이었던 가충(賈充)에게 가오(賈午)라는 여식이 있었다. 그는 한수(韓壽)라는 남자를 한 번 보고는 이내 사랑에 빠졌다.

 

가오는 황제가 아버지에게 하사한 향을 빼돌려 한수에게 보냈다. 향료는 서역에서 공물(貢物)로 보낸 것으로 향기가 몇 개월이나 흩어지지 않는 고급품이었다.

 

한 번은 가충이 한수의 몸에서 이 향내를 맡고 가오와 한수가 사통한 것을 눈치 챘다. 어쩌랴. 엎지러진 물인 것을. 가충은 두 사람을 서둘러 결혼시켰다 한다.

 

※ 근현대 중국화가 사지광(謝之光)의 <경조화미(京兆畵眉)>(1942年作)

 

※ 청말 화가 황산수(黃山壽)의 <경조화미(京兆畵眉)>

 

※ 청말근대 화가 반진용(潘振鏞)의 <경조화미(京兆畵眉)>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경화수월鏡花水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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