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대(淸代) 서화가(書畵家) 판교(板橋) 정섭(鄭燮)의 <수죽유란도(脩竹幽蘭圖)>
烏紗擲去不爲官 華髮蕭蕭兩袖寒
寫去數枝淸挺竹 秋風江上作漁竿
(오사척거불위관 화발소소양수한
사거수지청정죽 추풍강상작어간)
관직을 내던지고 벼슬을 하지 않으니
하얗게 센 머리 거칠고 소맷자락 썰렁하네
몇 줄기 파리한 대나무를 그려내니
바람 부는 가을 강 위 낚싯대 만들까보다
☞ 판교(板橋) 정섭(鄭燮), <여고귀이화죽(予告歸里畵竹)>
※ 판교(板橋) 정섭(鄭燮)의 <난죽도(蘭竹圖)>
※ 판교 정섭은 50이 가까운 나이에 산동(山東)성 유(濰)현의 현령을 지냈다. 그곳에서 그는 성실하고 청빈한 삶을 살며 백성들을 위해 헌신했고 고을 백성들의 존경과 신망을 받았다.
건륭(乾隆) 17(1753)년 산동성에 큰 재해(災害)가 발생해 유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헐벗고 굶주리는 사태가 빚어졌다. 그는 상급기관과 지방 호족들에게 구제를 요청했으나 오히려 그들의 미움을 사 관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가 현을 떠날 때 고을 백성들이 모두 나와 눈물로 전송했다. 이때 그가 고을 백성들에게 당부의 글을 담은 한 폭의 그림을 남겼으니 위의 시는 그림에 부친 것(畵題詩)이다.
원제(原題)는 <予告歸里畵竹別 縣紳士民>(향리로 돌아가며 대나무를 그려 고을 백성들과 헤어지노라)이다. 내용도 인터넷 등 문헌에 나오는 것이 그림에 나오는 것과 약간 다르다.
1, 4련(聯)은 같지만 2, 3련은 囊橐蕭蕭兩袖寒 寫取一枝淸瘦竹(주머니는 텅 비고 소매마저 썰렁하네/한 줄기 말끔하고 여윈 대나무를 그리니)로 나온다. 전체적인 문맥에서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 烏紗: 검은 깁. 정무를 볼 때 쓰는 관(冠)을 뜻하는 오사모(烏紗帽)를 줄인 말로 여기서는 관직의 의미.
※ 擲去: 던져서 내버림
※ 不爲: ~하지 아니하다
※ 華髮: 하얗게 센 머리카락. 노인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
※ 囊橐(낭탁): 주머니. 자기의 차지로 만듦, 또는 자기 차지로 만든 물건.
※ 판교(板橋) 정섭(鄭燮) 필치의 <신수유현성황묘비기(新修濰縣城隍廟碑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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