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준비 저장文集/甘泳生 文集 ·65年만의 歸家

할아버지께

감효전(甘曉典) 2017. 6. 18. 16:55

 

 

 

 

 

 

 

 

 

 

 

할아버지께.

 

 

너무나, 너무나 오랜 세월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제가 왔습니다.

67년간 우리들이 흘린 눈물은

여기 바닷물이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오늘 저는 할아버지를 등에 업고

밀양 세천 고향집으로 갈겁니다.

고향 파서둑길을 걸어가면

69년전 열 셋살 어린 아버지가

마을어귀 미류나무에 걸터앉아

할아버지가 사주신 하모니카를 신나게 불며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도,

젊은 날의 할머니, 열 일곱, 열 살, 여덟살

큰 고모, 작은 아버지, 막내 방자고모도

그곳에 마중나와 기다리고 서있을겁니다.

손에 손잡고 업고 걸어

별빛 바라보며 둑길을 걸어 우리, 집으로 가요.

밀양 세천 우리집으로 가요.

 

할아버지,

제가 바다속으로 지금 내려가겠습니다.

어디에 계신가요? 어디에 계신가요?

여긴가요? 저긴가요? 눈을 떠보셔요.

할아버지, 제 손을 잡으셔요. 제 손을 잡으셔요.

제 손을 잡으셔요. 그리고 어서 제 등에 업히셔요.

 

우리, 세천으로 가요.

파서둑길을 걸어 별보며

우리 고향 세천집으로 가요.

손에 손잡고 업고 걸어

별빛 바라보며 둑길을 걸어 우리, 집으로 가요.

밀양 세천 우리집으로 가요.

열 셋살 어린 아버지를 대신하여 이 시를 바칩니다.

 

<아버지>

 

아버지,

비가 내립니다.아버지.

비오는 바다에 오니 아버지가 보고싶습니다.

샛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붉은 단풍잎이 찬 비에 지는 것을 보고

밤바다로 왔습니다.

아버지, 하모니카를 불러주세요.

하모니카를 불러주세요.

채송화도 봉선화도 한창입니다하는

어릴적에 불러주시던 바로 그 노래요.

 

 

할아버지를 존경하는 손녀 감효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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