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歸鄕)
" 할아버지, 좋으시지요? 세천에 왔습니다.
밀양 세천 우리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둑길을 걸어 웃마부터 아랫마까지,
꼬꾸랑산에 올라가 세천을 내려다보며
69년전을 회상해봅니다.
꿈같은 세월이었습니다.
꿈같은 세월이었습니다.
옛집을 찾아 마루청에 앉았다가
어머니 아버지가 누워계신
뒷산에 올라왔습니다.
" 아버지, 어머니!
불효자식 영생이가,
감영생이가 이렇게 백골로 돌아왔습니다."
"어디 보자, 어디 보자, 어디 보자,
우리 꽃같은 영생이가,
우리 꽃같은 영생이가
이 어미를 찾아 이렇게, 이렇게 돌아왔구나."
서른 셋에 할아버지가 끼워주신
백금쌍가락지를 75년이나 손가락에 끼고
하얀 백골이 되고서도
할아버지가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리셨던 할머니옆에
67년간 괭이바닷물속에 잠겨 계셨던
할아버지의 넋을 찾아
두 분을 오늘에야 나란히 뉘어 드리게 되니
무슨 말씀을 올려야 할지 모르겠고
그저 눈물만, 눈물만 날 뿐입니다.
전생과 현생의 부모님의 은혜를 갚기위해
석굴암과 불국사를 지었다는 김대성처럼
저도 그렇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꼭 만나게 될겁니다.
다시 꼭 만나게 될겁니다.
봄길을 걸어 걸어 우리는 봄꿈처럼 그렇게,
다시 또 꼭 만나게 될 것입니다.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고맙습니다.
샤랑합니다.사랑합니다.
깊이 깊이 사랑합니다.
먼 훗날, 저도
그 옛날 서당골에서 내려와
뜰앞에 졸고 있던 그 노랑나비가 되어
나울 나울 춤추며
서당골로 다시 되돌아갈 것입니다.
그 옛날, 38년전 아버지가 아이처럼 울면서
이 자리에서 할아버지를 초혼하며 불렀던 것처럼
저도 오늘 목메게 당신을 부릅니다.
징잘매!
징잘매!
징잘매!
징잘배!
징잘배!
징잘배!
할배가 돌아왔습미더.
할배가 돌아왔습미더.
할배가 돌아왔습미더.
할매 !
할매 !
자근할매 !
아부지!
아부지!
아부지!
자근 아부지!
자근 아부지!
자근 아부지!
막내고모!
막내고모!
막내고모!
할배가 돌아오셨습미더.
할배가 돌아오셨습미더.
할배가 돌아오셨습미더!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시 /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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