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지부(終止符)
모든 것은 끝났다. 이제 정말 모두 끝났다.
사이버 나이프수술실 침대에 온 몸이 꽁꽁 묶이고 머리위로 깊이 얼굴을 눌러조으듯 하얀 그물두건을 씌우고 꼭 무슨 화장막 불속에 나무관이 들어갈 때처럼 " 불 들어갑니다." 란 소리와 함께 돔속으로 스르륵 굴러들어가 방사선을 쏘일 때 내 온 몸속으로 뜨거운 불기운이 뜨끈하게 아랫뱃속을 타고 저 언저리까지 쑥 들어왔다.
아득히 저 멀리서 철탑이 옆으로 누워 빙빙 돌고 공습경보성 아아앙앙 에에엥 싸이렌소리.
그 소리는 1940년대 세계대전때 폭격전투기를 비상출동시킬 때 나는 그런 모던한 철성 싸이렌소리였다.
명령을 하달받아 출동된 사이버 특수임무전투원들이 뇌종양파괴수술을 수행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육체적으로 아픈 것, 마음으로 오랜 세월동안 켜켜이 가슴깊이 쌓이고 쌓였던 아픈 상처, 결코 죽을 때까지 치유되기 힘들 것만 같았던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 누구에게도 얻을 수 없었던 큰 위로를, 따뜻한 위로를 나는 받았다.
내가 인생을 영 헛살지는 않았구나를 느꼈는데 이런 정도라면 내 인생도 장밋빛이란 생각이 들었으며 내 마지막의 길도 이런 정도라면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확고하게 들었다.
나는 정말 많이도 오랫동안 아팠지만 이제 다시 모두 다 깨끗이 말끔히 낫고 행복해질거라는 것과 다시 아주 건강했던, 아프기전으로, 아무 상처도 없었던 여덟살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의 고리, 안 좋은 고리가 다 끊어지고 드디어 반백년만의 모든 종지부 (終止符), 업연의 종지부(終止符)를 찍어내었다.
그리고 요번에 다시 확인한 일은 내가 많은 사람들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방사선을 조사하면서 묘한 금강광선이 내 온몸을 관통하여 따뜻하게 하고 어쩌면 죽을 때까지 도저히 치유하기 힘들 것만 같았던 정도의 깊은 마음의 상처를 한없이 자애로운 어떤 기운이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만지면서 말없이 품에 안고 어루고 달래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3일간에 걸친 뇌종양 절제수술이 끝나갈 즈음 때마침 " when I dream " 이란 노래가 잔잔한 봄꽃잔디처럼 돔속으로 흘러 나왔는데 넓은 언덕꽃밭에서 내가 마치 노랑나비처럼 웃으며 나풀나풀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50년 묵은 모든게 다 정리된 그런 기분이랄까,
뒷머리속에서 계속 물 올라가는 소리처럼 쪼로록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이완이 되고 아무튼 몸도 마음도 상당히 개운하다.
나는 은빛날개를 접고 드디어 금빛날개를 얻었다. 저 높은 푸른하늘로 끝없이 끝없이 금빛날개를 번뜩이며 멋지게 용처럼 비상할 것이다.
효전
YouTube에서 'when I dream' 보기 - https://youtu.be/TOq6naMEuh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