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씨 / 소혹성(권선희)
과메기 덕장 경비 덕수씨는 짤막한 다리에 긴 허리,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나만 보면 겅중겅중 뛰는 눈이 검은 사내다. 얼큰이 감자탕 집에서 회식한 날 돼지 등뼈 싸들고 와서 덕수씨, 덕수씨, 부르면 꼬리 탈탈치며 자빠졌다 일어날 때마다 쇠사슬 끌리는 소리 언 땅에 뼈다귀 쏟아 주면, 달빛 가득한 눈으로 뼈다귀 보고 나보고, 나보고 뼈다귀 보고 꼬리만 더 세게 친다.
덕수씨 먹어, 어여 먹어 그제야 뼈다귀 한번 핥고, 나 한번 핥고 돼지 등뼈와 덕수씨와 내가 삼각형으로 이어지는 밤, 덕장위로 달이 뾰족하다.
* [덕수 왈]구룡포 앞바다 물비늘 다 긁고 온 칼바람이 후비어도 추운지 몰랐어요. 덕장에 걸린 과메기들 괭이가 채어 갔나, 세고 또 세느라 해 지는 줄 몰랐어요. 버려진 나를 데려다 씻기고 먹이고 "덕수씨"라 불러 주시니 안 먹어도 배부르고 말고요, 백리를 달려도 식지 않을 심장을 지녔으니, 이젠 제법 쇠사슬도 견딜만 합니다. 사슬 하나 없는 삶이 어디 있을라구요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저 갈매기들도 날개 부딛는 게 자유만은 아니더라군요. 우리 모두 사슬에 매여 너 한번 핥고 나 한번 핥고 뼈다귀 한번 핥으며 따뜻한 별자리가 되어 가는 걸 알다마다요. |
출처 : 내 고향 밀양
글쓴이 : 龍雲(칠득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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