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우선 마오쩌둥毛澤東의 서체를 모방한 필력을 감상 해보자…….
무언가 느껴지는 힘과 기상이 있는가? 있다면 가히 부러워할 만합니다. 소인은 이제 입문단계라 도저히 그 자부字符를 파악할 수 없으니 더욱 정진해야 함입니다. 고문서를 보는데 있어 난점 중에 하나가 바로 필체를 알아보는데 있다. 한자나 한문에 소양을 갖고자 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인 5가지 필체를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서 가장 난잡하여 식별이 어려운 필체가 바로 '초서草書'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학문의 높음이여 이 얼마나 웅대한가. 초서를 익히는 과정은 그저 고문서를 펴기 위한 여러 관문 중 첫발에 지나지 않음이었으니 놀라움에 뒷골이 저릿저릿하고 입을 딱 벌릴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말할 나위도 없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초서는 글씨에 부호符號의 성질을 내재하고 있어 입문을 거치면 한결 수월하다는 것이다. 글씨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자하는 학도가 있다면 솔깃한 대목일텐데 초서는 나름대로 체계화가 잘 되어 있어 어느정도 조예를 두면 동형이체자를 구분하는데 효율을 볼 수 있다. 필자는 초서에 국한시켜 말한 것이기에 고대의 갑골문이나 전서篆書 등에는 별로 적용되지 못할 것이다. 갑골문은 그 성격상 상형, 지사가 압도적이기에 이거 담겨진 주술적 의미를 파악하는데 여간 머리통 깨지는 것이 아니다. 전서는 소전小篆에는 그 체계가 거의 완벽하여 문제가 없으나 대전大篆이 좀 골 아픈데 혼란기를 몸소 겪으며 정진하면 이룰 것이니 붓을 손에서 놓지 말길 권한다.
초서에 입문하려하는 계기는 그냥 갑자기 초서가 신기하고 그 난잡함 속에서 뜻을 추출하는 그 힘을 얻고자 함이다. 다행히도 입문서는 인터넷서점에 있었기에 당장 질렀다. 출타중인 와중에 책이 도착하여 아우에게 택배를 대신 받아달라고 부탁하여 보관하고 있게 했었는데 도저히 교차하는 시간대가 없었다. 결국은 무리수를 둬서 상자를 길가에 버리면 2시간 쯤 뒤에 필자가 직접 수습하자는 합의를 내렸다. 계획이 실천되고 길가에 버려져 있을 입문서를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머리를 비우고 믿었다. 2시간 뒤에 약속한 장소로 가보니, 오오, 믿는대로 될지어다! 서점봉지에 담겨진 박스가 너무도 반가웠지만 자연스럽고 태연하게 슥 주워서 이동을 계속했다.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어린아이처럼 박스를 개봉하는데 봉지 안에 낮익은 물건이 보였다. 으악, 시장이 직접 선물로 준 금빛 책갈피!!1 하악하악! 아우야, 사랑한다! 잃어버린 줄 알고 1년 여의 시간동안 잊으려 애태우던 물건이기 때문. 호사가 이렇게 연거푸 오다니. 흑흑. 달리는 버스 안에서 박스를 개봉하니 주위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눈을 흘겼는데 책을 꺼내자 실망한 듯 했다. 그 자리에서 책을 펼치니 뒷자리에 앉아있는 아줌마가 외마디 탄성을 지른다. 나 또한 탄성이 나왔다. 으히히히. 너무 재밌을 것 같다. ^▲^
한학에 흥미있는 인문학도여 서예를 배우자. 서예에 관심있는 인문학도여 초서를 배우자. 초서에 조예있는 인문학도여 편달 바란다.
언젠가는 짤막한 시를 연하장에 붓펜으로 그것도 초서로 멋드러지게 써서 풍류를 전하고 한자의 멋을 나누게 되리라. 덩더쿵 흥겨운 사물놀이 장단에 핏 속에 흐르는 신명을 느끼고, 톡톡 가벼운 발걸음으로 상모를 돌리는 저 아름다운 미소에서 순수를 느끼며, 어둠을 불허하는 타오르는 삶의 불꽃을 느끼는 오똑한 사나이로써 이를 이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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