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
아들아, 너는 아느냐? 다부동 그날 산 허물어져 하늘 뚫리어 네 할아버지 혼령조차 혼비백산했는지 무덤은 어디서고 찾을 수 없었다. 아들아, 너는 볼링 앨리* 그날 대낮 같던 밤의 부르짖음을 상상할 수 있느냐? 푸르죽죽 죽은 낙동강 가로놓인 생사의 교두보에서 대면한 동족 아들아, 그들은 왜 남남이었을까? 왜 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을까? 스물둘 네 큰아버지는 전사하셨다. 움푹 들어간 열여섯 개의 눈두덩이 기다렸으나 네 작은아버지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의용군에 끌려간 뒤 소식이 없어 어느 하늘 아래 살아 있을지 살아서 얼싸안고 춤출 날 있을지. 아들아, 너는 그 8월의 불꽃 밤을 상상할 수 있느냐? 네 할아버지의 무덤이 어디 있는지, 아들아, 너는 아느냐? (이승하) *볼링 앨리:
미군은 폭탄 투하가 볼링의 스트라이크를 연상시킨 多富洞 전투를 치른 뒤 이 지역을
Bowling Alley로 명명함.
출처 : 아차반
글쓴이 : 나물거사 원글보기
메모 :
'관심사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고향에 왔다가 (0) | 2011.12.24 |
---|---|
[스크랩] 어머니 무덤을 찿아서 (0) | 2011.12.24 |
吾心閑(오심한) (0) | 2011.12.18 |
[스크랩] 가을에 비가 오는 까닭은 - 오광수 (0) | 2011.11.24 |
[스크랩] 내 작고 초라한 사랑이야기 - 이정하 (0) | 2011.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