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고서화(古書畵)

[스크랩] 고흐의 편지- 별까지 가는 길

감효전(甘曉典) 2012. 2. 15. 09:28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로노오 강의 별이 빛나는 밤 72.5 x 92 cm. 1888년 9월.유화



테오에게
펜과 종이를 대할 때처럼 물감을 사용할 때도 부담이 없었으면 좋겠다. 색을 망칠까 싶어 두려워하다 보면 꼭 그림을 실패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부자였다면 지금보다 물감을 덜 썼을 것이다.

모파상의 소설에 등장하는 토끼 사냥꾼을 기억하니? 10년 동안 사냥감을 좇아 열심히 뛰어다녀서 녹초가 되었는지, 결혼할 생각을 했을 때는 더 이상 그게 서지 않던 사람을. 그 때문에 그는 아주 초조해지고 슬퍼했지.
결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지도 않지만, 육체적으로 나는 그와 비슷해지고 있다. 뛰어난 선생 지엠에 따르면, 남자는 더 이상 발기할 수 없는 순간부터 야망을 품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발기하느냐 마느냐가 더 이상 문제가 안 된다면, 나는 야심을 품을 수밖에 없지.

시인, 음악가, 화가 …… 그 모든 예술가들이 불우하게 살았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네가 최근에 모파상에 대해 했던 말도 그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 아니냐. 이건 영원히 되풀이되는 물음을 다시 묻게 한다. 우리는 삶 전체를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죽을 때까지 삶의 한 귀퉁이밖에 알 수 없는 것일까?
죽어서 묻혀버린 화가들은 그 뒷세대에 자신의 작품으로 말을 건다.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왜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수단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1888년 6월

출처 : 화 곡 치 킨& 피 자(돈치킨)
글쓴이 : 이경규치킨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