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고서화(古書畵)

[스크랩] 반 고흐의 침실

감효전(甘曉典) 2012. 2. 15. 09:22

원본 원본 : 리리의 창

테오에게

너에게 작업 방향을 조금이라도 알려주고 싶어서 작은 스케치를 동봉한다. 아직 눈은 좀 피곤하다. 그라나 오늘은 기분이 아주 좋은 날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그 구성을 스케치해 보았다. 늘 그렇듯 크기는 30호 캔버스다.
이번에 그린 작품은 나의 방이다. 여기서 만은 색채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 그것은 단순화하면서 방에 더 많은 스타일을 주었고 , 전체적으로 휴식이나 수면의 인상을 주고 싶었다. 사실 이 그림을 어떻게 보는 가는 마음 상태와 상상력에 달려 있다.
벽은 창백한 보라색이고 , 바닥에는 붉은 타일이 깔려있다. 침대의 나무 부분과 의자는 신선한 버터 같은 노란색이고, 시트와 베개는 라임의 밝은 녹색, 담요는 진홍색이다. 창문은 녹색, 세면대는 파란색이다. 그리고 문은 라일락색.
그게 전부다. 문이 닫힌 이 방에서는 다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가구를 그리는 선이 완강한 것은 침해받지 않는 휴식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벽에는 초상화와 거울, 수건, 약간의 옷이 걸려 있다. 그림 안 에 흰색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테두리는 흰색이 좋겠지


이 그림은 내가 강제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데 대한 일종의복수로 그렸다. 내일도 하루 종일 이 그림에 매달릴 생각이다. 구상이 아주 단순한 그림인 만큼, 그림자나 미묘한 음영은 무시하고 일본 판화처럼 환하고 명암이 없는 색조로 채색했다.
이 그림은 <타라스콩의 합승마차>나 <밤의 카페> 와 좋은 대조를 이룰 것이다. 그림을 완성하려면 내일 아침 일찍부터 작업을 해야 하니 편지를 길게 쓰지는 않겠다.

1888년 10월 16일 빈센트



출처 : 화 곡 치 킨& 피 자(돈치킨)
글쓴이 : 이경규치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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