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준비 저장文集/甘泳生 文集 ·65年만의 歸家

할아버지께

감효전(甘曉典) 2012. 2. 8. 09:53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할아버지, 아, 아, 할아버지...!!!

이 머리깎은 손녀가, 이 머리깎은 손녀딸이 엎드려 큰 절을 올립니다.

할아버지를 직접 뵙지는 못했으나 할아버지의 살과 뼈를,그리고 정신을, 피를 물려 받았음을

너무나 너무나 저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위패속의 할아버지는 젊디 젊은 서른 일곱의, 청년의 모습으로 서 계시고 할아버지보다

50년 늦게 세상에 나온 저는 이제 쉰을 넘겨 머리에 흰 서리가 많이도 앉았습니다.

할아버지의 일을 알고 나서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는데 할아버지께선 이런 저를 보고 계시겠지요.

할아버지와 저는 무슨 억겁의 인연이 있어 할아버지와 손녀로 만났을까요?

할아버지가 다니셨을 고향의 언덕과 산과 들을, 그리고 할아버지를 그리며 종남산에 가서 좀 살았습니다.

비가 오면, 달빛이 고운 밤이면 할아버지를 만나러 괭이바다에 가는데 할아버지도 저처럼 좋으시지요?

 

할아버지,이미 아시겠지만 저는 머리깎고 열 아홉에 중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미워하였는데 할아버지 때문에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놓아주었습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어리석어 마음을 잡지 못하고 그 많던 집안 살림을 다 말아먹고 亡家를 만들었을 때

찬 바닷물속에 엎드려 얼마나 피눈물을 흘리셨을지 저는 그 마음을 마음으로 짐작하여 알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100년전엔 어느 곳에 계시다가 이 세상에 오셨고 65년전 그 날은 또 어디로 돌아가셨습니까?

구름이 되었다가 비가 되고 다시 내(川)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고 돌고 도는 인생길,

앞산에 진달래가 곱게 피면 태어나고 뒷산에 갈잎이 지면 돌아간다 생각하면 편하지 않겠습니까? 

 

이 생에 온갖 슬픔 괴로움 그리고 피맺힌 여한은 이제 미련없이 모두 훌훌 털어 버리십시오.

할아버지에게 몹쓸 짓을 저질렀던 그 사람들은 모두 자기의 악업대로

그 자손 천대 만대에 걸쳐 다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는 生死를 이미 다 뛰어 넘었는데  더 이상 그 무엇을 슬퍼하겠습니까?

두레박이 천길 우물안을 오르락 내리락 하듯이 생사를 오르내리는데 생사의 물을 긷는 바로

그 우물가에서 할아버지와 저는 극적으로 이렇게 다시 또 만났습니다.

100년전 증조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낳기전엔 할아버지는 어디 계셨으며 그리고 또

그 증조 할아버지를 낳았던 고조 할머니가 증조 할아버지를 낳기전엔 할아버지는 어디에 계신 누구셨습니까?

 

저는 할아버지가 저의 할아버지인 것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이 다음 다음 세상에서도

영원히 할아버지의 자랑스런 손녀로 다시 꼭 태어나기를 빕니다.

그리고 할아버지 너무 외로워 마십시오. 언제나 제가 할아버지 곁에 꼭 있겠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마음 다해 깊이 깊이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진달래 붉게 핀 어느 봄날에 할아버지를 눈물로 그리는 손녀 감효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