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현대사 재조명

[스크랩] 인혁당 역사와 민족 앞에 영영 무죄다

감효전(甘曉典) 2012. 2. 7. 10:38

"그들은 역사와 민족 앞에 영영 무죄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 민주열사 32주기 추모제... 정부 32년만에 '유감' 표명

 

유감표명으로 안된다.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례는 사람의 생명은 우주보다 소중하다는 요지의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한바도 있었다.유족앞에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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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앞에서 열린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 32주기 추모제에서 고 우홍선씨 부인 강순희씨가 사형장을 둘러보다 오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인혁당 재건위 사건 연루자들이 희생된 서대문 형무소 사형장. 32주기를 맞아 9일 추모제에 참석했던 인사들이 사형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valign=top [전체보기]인혁당재건위 사건 민주열사 32주기 추모제 / 문경미 기자

"2007년 오늘, 1975년 그날. 그들의 인혁당 조직 관련 혐의는 대한민국 법 앞에 영영 무죄다. 그 전에 그들은 역사와 민족 앞에 영영 무죄다. 그 전에 그들은 죽음 앞에 영영 무죄다." <김정환 시인의 추모시 가운데>

인혁당 사건 유족들의 눈물은 오늘(4월 9일)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피는 살아서 내 몸에 뛴다"는 김지하 시인의 추도시가 울려 퍼지는 동안에도, 이제는 초로의 신사가 된 인혁당 사건 피해자 전창일씨가 과거의 동지들 이름을 하나 하나 외치는 순간에도 유족들의 눈에서는 끊임없이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유족들에게는 여전히 '오늘'의 고통이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 민주열사 32주기 추모제'가 9일 오후 3시 유가족, 인혁당 사건 관계자, 민주화운동 인사 등 추모객 4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독립공원 내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렸다. 특히 이날 추모제에는 정진호 법무부 차관이 참석, 인혁당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정부 차원의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 1월 인혁당 사건 무죄 판결 이후로는 처음 열린 이날 추모제에서 사회를 맡은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고생했는지 모른다. 그 중 바로 저기 사형장에서 돌아가신 여덟 분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32년 만에 무죄 선고를 보고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는 말로 행사 시작을 알렸다.

"베어진 소나무 밑둥을 어루만지며 1975년 4월 9일, 하늘도 모르고 땅도 모르는 죄명을 걸고 북망산 넘어가는 여덟 분의 긴 그림자를 보고 산새는 깃털을 세우고 슬피 울었습니다"는 참여연대 공동대표 청화 스님이 추모시에 이어 김수환 추기경의 추도사가 대독됐다.

김수환 추기경은 대독 추도사를 통해 "32년전 1975년 4월 9일, 이 자리에서 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인혁당의 누명 속에 사형수로 처형된 도예종, 서도원, 하재완, 송상진, 우홍선, 김용원, 이수병, 여정남 여덟 분은 주 예수 당신과 닮은 형제들"이라며 "이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던 유가족을 보살펴 달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 추도사를 대독한 김병상 신부(정의구현사제단 고문)는 "지금 한쪽에서 민주 발전과 성장을 가로막는 검은 구름이 어둡게 몰려오고 있다. 사람 마음에 갈등을 일으키는 세력들이 뻗어 나가는 현실로 인해 이 자리에서 마음이 불편하고 어둡다"면서 "의로운 사람, 착한 사람이 손잡고 살아가는 사회가 되는데 마음을 모으고 다짐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최근 시국과 관련한 심경을 드러냈다.

인혁당 배후지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박형규 목사(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는 80대 나이에도 불구하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민청학련 관련 사람들을 모두 빨갱이로 몰아 사형하려고 한 유신정권에 의해 자행된 가장 악독한 살인 사건"이라 규정하고 "당시 사형 선고를 한 재판관들이 지금이라도 독재자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진실을 자백해야 한다. 진실이 밝혀져야 화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9일 오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앞에서 열린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 32주기 추모제에서 정진호 법무부 차관이 김성호 장관의 추도사를 대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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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앞에서 열린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 32주기 추모제에서 고 하재완씨의 부인 이영교씨가 추도사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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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앞에서 열린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 32주기 추모제에서 고 우홍선씨 부인 강순희씨가 추모사를 들으며 오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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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사건, 유신정권에 의해 자행된 가장 악독한 살인 사건"

국회 출석 관계로 법무부 장관 대신 참석한 정진호 법무부 차관은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 노력을 소개하고 "사법 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될 정도의 사건이었지만, 그동안 이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는 것 자체가 금기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다시 한 번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빈다. 유족들에게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 추도사'를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또 정 차관은 "당시 수사나 재판 그리고 형 집행에 관여하지 않은 자가 행사를 참석하는 것이 유족들에게 얼마나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장관이 여러분과 함께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기회를 갖는 것이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정부 차원의 약속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들과 추모객들은 '사형 당하기 직전, 사형수들이 잠시 붙들고 통곡했다'는 통곡의 미루나무 부근에 있는 사형장으로 이동하여 헌화를 통해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헌화 행사가 끝난 후 유족들은 연단에서 각각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가끔 울먹이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유족들은 대부분 정부의 유감 표명에 큰 위안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고 유홍선 선생의 부인 강순희 여사는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며 "옛날에 밝혀진 진실을 (정부가) 인정하기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오늘 법무부 차관이 사과해서 그동안의 분이 절반 정도는 풀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 이수병 선생의 부인 이정숙 여사는 "남편이 사형 당한 이 자리를 지나치기 싫어 강동구로 이사했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솔직히 그동안 추모제에 참석하기 싫었고 헌화할 때는 쓰러질 뻔했다"며 그간 겪었던 마음의 고통을 소개했다.

"가사 일만 하다가 갑자기 닥친,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시련이었다. 그동안 겪은 마음 고생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한 고 김용원 선생의 부인 유승옥 여사는 "우리 남편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있었기에 이렇게나마 싹이 텄다고 생각한다. 뒤늦게나마 정부에서 나와 말을 해줘 그나마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 9일 오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앞에서 열린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 32주기 추모제에서 고 여정남씨의 조카 여상화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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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앞에서 열린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 32주기 추모제에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과 함세웅 신부가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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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앞에서 열린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 32주기 추모제에 유족들과 각계인사들이 고인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사를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고 여정남 선생의 조카 여상화씨는 "작년 31주기 추모식 당시만 해도 막 재심을 시작할 때다. 32주기에 새로운 세상에서 그 분들을 기릴 수 있을지 기대했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니 꿈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열정 어린 모습을 가진 고인들은 가고 없지만, 그분들이 간직했던 '사람다운 세상'을 향한 뜨거운 불씨는 앞으로 계속 살아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상화씨는 행사장 양쪽에 세워져 있는 '19750409 인혁당, 민청학련 무죄', '20070409 인혁당, 민청학련 무죄'를 직접 카메라로 촬영하며 최근 무죄 판결에 대한 감동을 간직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여씨는 "무죄 판결을 상징한다는 생각에 촬영했다. 블로그에 올리려고 한다"며 "32년 동안 유가족들이 그토록 듣고 싶어했던 말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추모제에는 김근태, 김원웅(이상 열린우리당), 권영길(민주노동당), 고진화(한나라당) 의원 등 정치인들과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문규현 신부 등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참석했다. 또한 가수 홍순관씨의 추모 노래, 민족춤패 '출'의 추모 공연 등 약 3시간 동안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으며 유족 및 참가자들이 연단에서 '아침이슬'을 함께 제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추모제는 민주화 운동 관련 30개 단체로 구성된 인혁당 재건위 사건 민주열사 32주기 추모제 준비위원회가 주최했으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후원했다.

"한미FTA 협상은 제2의 유신"
'인혁당 재심 판결'보고 대회에서 김형태 변호사 주장

ⓒ이정환

9일 오후 1시 독립공원 내 독립관 지하 1층 강당에서 열린 '인혁당 재심 판결의 경과와 의의' 보고 대회에서 "최근 정부의 한미FTA 협상 추진 과정이 제2의 유신"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인혁당 사건 재심을 담당한 김형태 변호사는 '재심 무죄판결의 의의 및 경과 보고' 주제 발표 과정에서 "맑은 공기를 좋아해서 자동차를 타기 싫다는 사람에게 무조건 자동차를 타라는 것과 똑같은 것이 한미FTA다. 지금 상황은 인혁당 사건 발생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라를 그냥 넘기는 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민주 평화 운동의 결실, 냉전 체계 극복의 시발점, 과거 유신 헌법의 위헌성에 대한 사법적 판단, 처음으로 국가가 잘못을 인정, 과거 청산의 전환점 등 5가지를 재심 무죄 판결의 의의로 꼽고, "대북 관계나 국가보안법 문제와 달리 과거 청산 문제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후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하여 외국어대학교 김호중 법대 교수는 '사법 과거 청산의 과제' 주제 발표를 통해 "고문과 불법 구금을 통한 자백 강요가 재심의 핵심이었는데, 이같은 점이 정면으로 다뤄지지 않았다"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등 항목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이 선고됐지만, 유신체제 하의 긴급조치 위반에 대해서는 긴급조치가 해제됐고 근거가 된 유신헌법이 실효됐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이 선고됐다"고 인혁당 재심 판결의 '한계'를 설명했다.

한편 이날 보고대회에서 유족 대표로 참석한 고 하재완 선생의 부인 이영교 여사는 "재심 과정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는데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면서 "역사는 사실을 기록하도록, 진실은 바로 서도록, 그리고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말로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 이정환

 

출처 : 유유자적 낙산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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