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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들을 책함 (責子) /도연명(陶淵明 : 365 ~ 427)

감효전(甘曉典) 2012. 1. 18. 19:28

 

 

【漢詩에세이】

 

                              아들을 책함 (責子)―

 

                白 髮 被 兩 鬢 / 백발피량빈                  흰 머리며 주름이

                肌 膚 不 復 實 / 기부불부실                  늘어가는데

                雖 有 五 男 兒 / 수유오남아                  다섯 아들 모두가            

                總 不 好 紙 筆 / 총불호지필                  공부를 않네

                阿 舒 已 二 八 / 아서이이팔                  큰 아들은 열여섯

                懶 情 故 無 匹 / 라정고무필                게으름뱅이  

                阿 宣 行 志 學 / 아선행지학                둘째 놈은 열다섯

                而 不 愛 文 術 / 이불애문술                글 읽기 싫고

                雍 端 年 十 三 / 옹단년십삼                  셋째놈은 열세 살

                不 識 六 與 七 / 불식육여칠                육칠도 몰라

                通 子 垂 九 齡 / 통자수구령                  막내는 아홉 살에

                但 覓 梨 與 栗 / 단멱리여률               군것질 타령

                天 運 苟 如 此 / 천운구여차                모두가 팔자인걸

                且 進 盃 中 物 / 차진배중물                  술이나 들자

 

       : 살이 쪄서 탄탄하다 // 紙筆 : 문장文章 // 白髮 : 흰 머리털 // 兩鬢 : 양쪽의 살쩍    

    肌膚 : 피부 //復實 : 살이 다시 탄탄하게 찜 //二八 : 16세 // : 한결 //無匹 : 비할게 없다  

    志學 : 15세 // 文術 : 學術 // 盃中物 : 술 //  : 귀여운 아기 // 天運 : 팔자소관 

 

   

도연명은  다섯 아들을 두었으니 아명이 서(舒), (宣), (雍), (端), (通)으로 아들 복을 받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한 아들도 마음에 들지 않아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에 인간적인 동정을 금할 길 없습니다. 뭇 범인도 자기보다 자식이 낫기를 바라는데 하물며 다정다감하고 영명(英明)한 그에게 이를 말이겠습니까? 좀더 수재이거나 아니면 공부라도 열심히하는 그런 똑똑한 자식이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도연명의 심정이 오죽 괴로웠으면 자식의 불초함을 책()하는 시까지 지었을까요? 아들은 그가 바라는 바와는 달리 모두가 현명치 못하니 팔자로나 돌리자며 스스로를 달랩니다. 천운(天運)으로 체념하며 고뇌를 해소코자 술이나 마시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래서 술을 일러 예로부터 "망우지물(忘憂之)"이라고 했던가 봅니다. 술은 모든 시름을 잊는 묘약이란 뜻입니다.

 

지금도 그러거늘 열심히 글 공부하는 것을 최상의 목표로 여긴 그 시대였으나 당시 아들들이 모두가 지필(紙筆)을 싫어하니 이것만으로도 자식농사에 큰 낭패인데 어쩌자고 큰 놈은 장가를 가서 아들딸을 둔 열여섯 살이나 되는 나이에 게으름이나 부리고 있으니 삼뭇 울화가 치밀 노릇입니다. 논어에서 공자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다고 했는데 둘 째도 같은 나이인데 책은 안 읽고 놀려고만 듭니다. 될성 부른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셋째, 넷째는 열세 살씩이나 되었어도 여섯과 일곱조차 구별 못하는 둔재들입니다. 열 미만의 기본 수도 헤아릴 줄 모르니 오죽 답답했겠습니까. 막둥이에게나마 잔뜩 기대를 했습니다만 종일 배나 밤을 달라고 어머니를 졸라대며 주전부리하기에 바쁩니다. 자식둔 부모의 참담한 심정입니다. 몸은 벌써 늘그막에 들어섰는데 자식들이나 잘 키우는 것이 최상의 즐거움이련만 뜻대로 되지를 않습니다.

 

어천만사가 다 그런 법입니다. 부모가 영특해도 자식은 그렇지가 않은가 봅니다. 이상하게도 잘 돼가는 집은 부모의 좋은 점만 골라 닮고, 그렇지 못한 집은 단점만 잘도 골라 닮습니다. 어찌 이것이 사람의 힘으로 될 일입니까? 현재도 부호(富豪)나 세가(勢家)에서는 세상 일이 뜻대로 되리라고 보지만 오직 소원대로 연출한 자손 문제만은 여의치가 않아 명문대학의 진학이나 사회진출이 그 가문에 상응하지 못하여 고민입니다. 

 

그러나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하는 속담처럼 그 부모는 용렬한데 현명한 자손을 두는 상반된 현상을 보기도 합니다. 이것을 어쩌겠습니까? 작자도 아들에게 많은 노력을 했겠고 희망을 걸어보았겠지만 천운(天運)으로 돌리고술이나 마셔 괴로움을 잊자는 모습입니다. 부모 뜻대로 되지않는다는 것은 도연명만이 당하는 괴로움이 아닌 자식둔 모든 부모의 공통된 고민인지도 모릅니다.

 

특히 셋째와 넷째는 열세 살로 동갑이니 쌍둥이 형제거나 아니면 이복 형제인지 모릅니다. 여하간 이 는 전체적으론 도연명의 깊은 우수(憂愁)임에도 아주 인간적이며 해학적인 라고 하겠습니다. '천운이 이와 같은데 모르겠다. 차라리 술이나 마시자'로 끝을 맺습니다. 이 시간, 도연명처럼 고뇌하는 많은 부모들도 술이나 드는 수밖에요. 그리고 팔자 소관으로 체념할 수 밖에요.

 

  

 

 

    ♣ 도연명 (陶淵明 : 365 ~ 427) ― 중국 동진 송대의 시인.

 

하급귀족의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여려서부터 면학, 입신의 뜻을 품어 출사했으나 곧 사임. 다시 참군(參軍), 현령 등 관직생활을 하다 스스로 사임 함.

 

문앞에 버드나무 5그루를 심어 놓고 스스로 오류(五柳)선생이라 칭했고, 29세에 벼슬길에 올랐지만 얼마 안가 사임. 항상 전원생활에 대한 사모의 정을 달래지 못한 그는 41세 때 누이의 죽음을 구실삼아 현령을 사임한 후 이때 쓴 글이 퇴관 성명서라고도 할 수 있는 유명한 「귀거래사(歸去來辭)」임. 향리의 전원에 퇴거하여 스스로 괭이를 들고 농경생활을 영위함.

 

따뜻한 인간미가 있었던 도연명의 는 현재 사언시(四言詩) 9수(首) 오언시(五言詩) 120전함. 당대의 맹호연(孟浩然), 왕유(王維),유종원(柳宗元) 소동파(蘇東波) 등을 비롯하여 많은 시인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상찬(賞讚)에 이르러 육조제일(六朝第一)의 시인으로 고금독보(古今獨步)의 존재로 명성을 얻음.시 외에 한정부(閑情賦),자제문(自祭文), 자엄(子嚴) 등에 보내는 소(疏), 유명한 「오류선생전(吳柳先生傳)오효전(五孝傳) 등 도정절집(陶靖節集) 10권이 전함.

 

 

                                                 출 처 / 漢詩 에세이(1997)心永求/著

                                                                090615/燈臺 

 

 

 

출처 : 한국 네티즌본부
글쓴이 : 燈 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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