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에세이】
아기를 잃고(失兒)
九歲七年病(구세칠년병) 아홉해 살았어도 병으로 칠년 歸臥爾應安(귀와이응안) 그나마 떠나다니 몸은 편켔지
可憐今夜雪(가련금야설) 가련타 오늘밤엔 눈이 오는데 離母不知寒(이모불지한) 추윈들 알겠느냐 어미 떠난 몸.
歸臥 : 고향에 돌아가 쉬는 것 (여기서는 세상을 버리고 저승에 갔다는 뜻.) 離母 : 어미를 이별하고. 不知寒 : 추위를 모른다.
평균 수명이 지금과 같지 않고 짧았던 옛날에는 너무 오래 사는 것을 좋은 일이라고 여기지 않고 욕됨이 많다고 해서 다수다욕(多壽多辱)이라고 했습니다. 오래 살다보면 자손들이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게 되니 장수한다는 것은 복이 아니라 오히려 욕일 수 있습니다. 남부인(南夫人)은 오래 산 것도 아니건만 젊어서 자손을 앞세우는 이런 일을 당하게 됩니다.
자기 자손이 살만큼 살다가 간다 해도 부모 앞에 먼저 가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입니다. 더욱 어린 자식을 잃는다는 것은 부모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가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해서 옛부터 부모가 돌아가시면 땅에다 묻고 자식이 죽우면 어머니의 가슴에 묻는다고 했습니다. 부모상을 당하여 삼년씩 시묘살이를 한다고 했습니다마는 부모가 자식을 잃고 비록 남 보는 데서는 아뭫지도 않은 듯 태연해도 애통한 마음은 부모상의 삼년에 비할 바가 아닌 평생의 아픔입니다.
그렇기에 '이 몸은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몸이니 머리카락이나 살갗 한조각인들 다치지 말라. 몸을 잘 보전하는 것이 효의 으뜸이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고 한 말은 다 까닭이 있습니다. 지금 딸을 잃은 남씨는 눈발이 날리는 먼 하늘을 바라보며 이 에미는 방 안에서 따뜻이 있다마는 땅에 묻힌 너는 오죽이나 춥겠느냐며 통곡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이런 심정이 어찌 눈오는 날뿐이겠습니까? 꽃을 봐도, 음식을 봐도, 색 고운 옷을 봐도 항상 잃은딸 생각에 가슴이 저립니다.
교리 심희세(沈熙世)의 딸이며 신춘소(申春沼)의 부인 심씨(沈氏)도 죽은 딸을 제사 지내는 글[祭亡文]에서 '서러움에 피눈물 흘린다(獨座泣血)'라고 했고 '사랑해도 만나지 못하는 심정, 구곡간장 마디마디 맺힌다(愛而不見 心曲萬結)'고 호소했으며, '나뭇잎이 우수수지는 쓸쓸한 산, 강물조차 흐느끼는 듯 울고있다. 처연한 백양나무숲 흰달만이 이다지도 차갑게 비친다더냐. 가슴에 새긴 한은 풀 길이 없어 이토록 만고에 스러질 줄 모른다더냐(山空木落 江波鳴咽 凄凄白楊 皎皎寒月 有恨愁愁 萬古不滅)'라고 하소연합니다.
자식을 잃고 애통하는 부모가 오찌 남씨나 심씨뿐이겠어요. 모든 부모의 한결같은 심고(心苦)와 단장(斷腸)을 대필했을 뿐입니다. 난설헌은 「아들의 죽음을 哭한다」의 詩에서 지난해는 딸을 여의고/올해는 아들을 잃었네(중략)/ 지전을 뿌려서 너의 혼을 부르며/ 너희들 남매의 무덤에 술잔을 따른다(중략)/하염없이 황대의 노래부르며/ 통곡과 피눈물을 울며 삼키리./ 라고 처절한 몸부림을 토하고 있습니다.
어느 부모인들 자식을 앞세우고 싶겠습니까? 그렇기에 자식된 자 마땅히 명철보신(明哲保身)으로 부모의 애간장을 말리지 않아야겠지요. 내 몸이라고 해서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입니다. 위로는 누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애지중지(愛之重之)한 몸이고 주위로는 많은 사람의 보살핌으로 내가 존재하는 귀중한 몸입니다. 귀한 내 몸을 어찌 머리카락인들 가벼이 여길 수 있겠습니까?
위의 글은 모든 부모의 똑같은 심정으로 자식을 잃고 애통해하는 모습을 차마 눈뜨고는 못 볼 일입니다. 점잖게 '추위인들 알겠느냐' 고 위로와 체념을 합니다만 사실은 조각조각 가슴을 난도질하고 있는 모심(母心) 입니다.
▶남씨(南氏) -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시경(詩經), 서경(書經),논어(論語). 맹자(孟子), 사기(史記) 등 경사(經史)에 능하고 부덕(婦德)이 높으며, 아들 셋을 가르쳐 훌륭한 문장가로 키움. 판서 남취명(南就明)의 아내.
출처/漢詩 에세이(1997) 090615/燈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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