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역사에서 도적이라면 도척(盜跖)을 단연 첫 손가락에 꼽는다. 공자가 천하를 주유하며 인의(仁義)와 덕치(德治)를 설파하고 다니던 그 시절, 천하를 횡행하며 악명을 떨쳤던 인물이 바로 도척이다.
도척은 9000명이나 되는 졸개를 거느리고 다니며 남의 재산을 침탈하고 부녀자를 빼앗았다. 또 사람의 간(肝)으로 회를 쳐서 먹는 등 민폐가 실로 자심했다.
이런 도척을 공자가 타일러보겠다고 찾아갔다가 된통 면박만 당하고 돌아왔을 정도이니 그 용력과 배포를 짐작할만하다.
어느 날 부하가 도척에게 물었다.
"도둑에게도 도가 있습니까?"(盜亦有道乎)
도척은 "어디엔들 도가 없겠는가"(何適而無有道耶)라면서 도둑의 도에 대해서 설명했다.
"도둑의 도(道)란 도둑의 성(聖), 도둑의 용(勇), 도둑의 의(義), 도둑의 지(智), 도둑의 인(仁)을 말한다. 이 다섯 가지 도에 정통하지 않으면 절대로 이름난 도둑이 될 수 없다.
도둑이 훔치러 들어갈 때 재물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아는 것을 도둑의 성(夫妄意室中之藏, 聖也)이라 하고,
훔치러 들어갈 때 남보다 먼저 들어가는 것을 도둑의 용(入先, 勇也)이라 하며,
훔치고 나서 나올 때 뒤에 나오는 것을 도둑의 의(出後, 義也)라 한다.
또한 도둑질을 할지 말지 잘 판단하는 것을 도둑의 지(知可否, 知也)라 하며,
훔친 재물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을 도둑의 인(分均, 仁也)이라고 하는 것이다.…"
≪장자(莊子)≫ <거협(胠篋)>에 나오는 얘기이다.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逍遙遊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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