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고서화(古書畵)

[스크랩] 창랑자취(滄浪自取)

감효전(甘曉典) 2012. 1. 13. 03:05

※ 명대(明代) 화가 문징명(文徵明)의 <창랑탁족(滄浪濯足)>(扇面)

 

 

擧世皆濁我獨淸  衆人皆醉我獨醒
(거세개탁아독청 중인개취아독성)

 

온 세상이 다 흐려도 오직 나만은 맑고
뭇 사람들이 다 취해있어도 오직 나만은 깨어있네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겠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겠네

 

☞ 굴원(屈原), <어부사(漁父辭)> 중에서

 

※ 근현대 중국화가 오화원(吳華源)의 <滄浪濯足圖> 성선(成扇)

 

※ 명(明)나라 화가 주신(周臣)의 <창랑탁족도(滄浪濯足圖)>
    

※ 굴원이 간신의 모함을 받아 초(楚)나라 조정에서 추방을 당한 뒤 강가(江潭)를 배회하고 있었다. 마침 지나가던 한 어부[여기서 어부는 은자(隱者)]와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 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한 말이 擧世皆濁我獨淸  衆人皆醉我獨醒이다. 조정은 온통 썩었고, 사람들은 다 취해 있는데 오직 자신만은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다가 오히려 화를 당해 낙탁(落魄)한 신세가 되었다는 항변이다.


이에 어부는 "성인은 사물에 막힘이 없어 세상과 더불어 추이를 같이 한다"(與世推移)고 운을 뗀 뒤 "세상 사람이 모두 흐려있다면 어째서 진흙탕에 농탕질을 하여 그 물결을 더 높이 일으키지 않으며, 뭇 사람들이 취해 있다면 어찌하여 술지게미라도 배불리 먹고 박주(薄酒)라도 마셔 함께 취하지 않고서는 깊이 생각하고 고상하게 행동하여 추방을 자초했느냐"고 말한다.


굴원이 "새로 머리감은 사람은 관을 털어 쓰고, 새로 목욕한 사람은 옷을 털어 입는다"(新沐者必彈冠 新浴者必振衣)며 애써 자신의 처지를 납득시켜 보려 한다. 하지만 어부는 빙그레 웃고(莞爾而笑)는 노래를 부르며 노(櫓)를 두드려 유유히 사라지고 만다. 이때 어부가 불렀다는 노래가 바로 "滄浪之水淸兮∼  "이다.

 

이 노래를 보통 <창랑가(滄浪歌)>라 하며, <유자가(孺子歌)>라고도 한다. 창랑(滄浪)은 양자강(揚子江)의 지류 가운데 하나인 한수(漢水)의 하류를 말한다. 

 

※ 작자 미상의 송(宋)나라 때의 그림 <계방한료(溪旁閒聊)>, 일명 <계방한화(溪旁閒話)>. 굴원과 어부의 대화를 소재로 그림 그림이다.

 

※ 청대(淸代) 화가 이어(李漁)의 <창랑탁영도(滄浪濯纓圖)>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逍遙遊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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