誰許沒柯斧 我斫支天柱
(수허몰가부 아작지천주)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주겠는가
내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깎으리니
☞ 元曉
※ 원효가 태종 무열왕의 딸이었던 요석공주와 만나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고 설총(薛聰)을 낳게 되는 이야기의 전편 배경으로 등장하는 유명한 언설이다.
원효는 "誰許沒柯斧 我斫支天柱"를 노래부르듯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으니 요즘 식으로 말하면 공개 구혼을 한 셈이다. 비록 고도의 함의가 깔린 비유로 표현하긴 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구도(求道)하는 승려의 신분으로서 그런 시도를 했다는 데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했다기보다 처음부터 구중궁궐에 파묻혀 있는 지존(至尊)의 장중보옥(掌中寶玉)을 과녁으로 겨냥했다는 점도 묘미를 느끼게 한다. 요석공주는 출가한 뒤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몸으로 시쳇말로 '돌아온 싱글'이었으니 원효가 '자루 없는 도끼(沒柯斧)'로 표현한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일반인으로서는 알아듣기 어려운 고도의 비유를 눈치 채고 짐짓 원효를 물에 빠뜨려 요석궁으로 데려간 무열왕과
공주의 지혜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물론 이야기가 이루어지자니 그런 구도가 필요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얘기는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나오는 것으로 뒷 구절의 我斫支天柱는 글에 따라 我斫撑天柱로 나오기도 한다.
"떠받친다"는 의미로 지(支)자 대신에 탱(撑) 자를 쓴 것이다. 의미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逍遙遊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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