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고서화(古書畵)

[스크랩] 신마경면철천징(新磨鏡面徹天澄)

감효전(甘曉典) 2012. 1. 12. 22:03

黃梅消息得盧能  一卷金剛半夜燈
君去試看漢江水  新磨鏡面徹天澄
(황매소식득노능 일권금강반야등
 군거시간한강수 신마경면철천징)


홍인(弘忍)의 정법안장 혜능(慧能)이 이었는데
한 권의 금강경을 밤 중에 읽었다네
그대 서울에 돌아가거든 한강을 보게나
새 거울처럼 맑은 하늘이 담겨 있을 걸세


☞ 인악의첨(仁岳義沾), <총불간경참선(總拂看經參禪)> 중에서

 

※ 보물 제696호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 금강경)≫
 

※ 황매(黃梅)는 선종(禪宗)의 5조(祖) 황매홍인(黃梅弘忍/大滿弘忍) 스님. 노능(盧能)은 홍인의 전법을 이어받은 6조 대감혜능(大鑑慧能).

 

※ 인악의첨(仁岳義沾)은 조선 후기의 교학승. 연담유일(蓮潭有一)이 호남에서 강학(講學)으로 일대 선풍을 일으킨데 비해 인악의첨은 영남에서 크게 활약했다.

 

인악 스님은 이 시의 앞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서울에 살고 있던 경학(慶鶴)이라는 스님이 영남(嶺南)으로 나를 찾아와 금강경(金剛經)을 배웠다. 그의 성씨가 무엇인가 하고 물으니 노(盧)씨라 하였다. 이에 고금을 살펴보니 우연히 합치되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절구 한 수를 읊어 그에게 보였다"(漢陽僧慶鶴 訪余嶺南 受金剛經 問其姓則盧 援古證今事 有偶合口 占一絶以示之).

 

"고금을 살펴보니 우연히 합치되는 것이 있었다"고 한 것은 홍인-혜능의 관계(혜능이 홍인을 찾아가 그로부터 심법을 전수하기까지의 전후 사정)와, 자신과 노경학(盧慶鶴)의 관계에 비슷한 부분이 있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무슨 얘기인지 쫓아가 보자.  


 혜능(속명 盧能)은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편모슬하에서 자랐다. 가세가 빈한하여 저잣거리에서 땔나무를 팔아 연명했다. 그러던 혜능의 삶에 일대 전환을 초래할 사건이 발생했다. ≪금강경(金剛經)≫과의 만남이 그것이다.

 

어느 날 땔나무를 사겠다는 손님이 있었다. 그를 따라가 관숙사(官宿舍)에서 나무를 건넨 뒤 돈을 받고 돌아 나오려는 순간이었다. 문득 그 손님이 금강경을 읽는 것을 듣게 되었다.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문자를 모르는 혜능이니 무슨 소리인지 자세히 알 길은 없으나 한 번 듣고 난 뒤 마음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손님에게 물어 그가 기주 황매(黃梅)현 동쪽 빙무산(憑茂山)에 있는 5조 홍인(弘忍)의 문하에서 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 길로 어머니를 작별하고 홍인화상을 찾아가 사사(事師)하였다.


8개월이 지난 어느 날 홍인화상은 혜능이 깨달음의 경계에 이르렀음을 알고 한밤중(三更)에 그를 조사당 안으로 불러 ≪금강경≫을 설해주었다. 혜능이 한번 듣고 말끝에 깨쳐서 그 날 밤으로 돈교법문과 의발을 전수하였다.

 

인악 스님의 말대로 노(盧)씨 성을 가진 사람(경학)이 그를 찾아온 것이나, 밤새 많은 경전 가운데 ≪금강경(金剛經)≫을 설한 것, 홍인이 달마의 심법을 이어받은 당대 최고의 선지식이었던 것처럼 인악도 당대 최고의 ≪금강경(金剛經)≫ 강사로 선법을 드날리고 있었던 점 등은 우연이지만 '합치'한 바라 할 수 있다. 

 

※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금강경(金剛經)≫에 나오는 구절로 선가(禪家)의 공안(公案: 화두)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직역하면 "마땅히 머무는 바 없는 그 마음을 내라" 좀더 풀면 "무슨 일에나 사로잡히거나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소요유逍遼遊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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