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고서화(古書畵)

[스크랩] 사속불가의(士俗不可醫)

감효전(甘曉典) 2012. 1. 12. 21:37

※ 근현대 중국화가 오호범(吳湖帆)의 <녹균황석(綠筠黃石)>  성선(成扇) (1949年作)

 

可使食無肉  不可居無竹
無肉令人瘦  無竹令人俗
人瘦尙可肥  士俗不可醫

旁人笑此言  似高還似癡
若對此君仍大嚼  世間那有揚州鶴
(가사식무육 불가거무죽
 무육영인수 무죽영인속
 인수상가비 사속불가의

 방인소차언 사고환사치
 약대차군잉대작 세간나유양주학)

 

밥 먹는데 고기반찬이 없는 것은 괜찮지만
거처에 대나무가 없어서는 아니 되리
고기가 없으면 사람을 여위게 하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을 속되게 하리니
여윈 것은 그래도 살찌울 수 있지만
선비가 속된 것은 고칠 수 없으니

옆 사람 이 말을 비웃으면서                              
고상한 것 같으나 어리석어 보인다고 하지만                 
대나무를 앞에 두고 고기 실컷 먹는다면                
세상에 어찌 양주학(揚州鶴)이라는 말이 있었겠는가

 

☞ 소식(蘇軾), <오잠승녹균헌(於潛僧綠筠軒)>. 소식이 항주통판 재직시 지은 것이라 한다.  

 

※ 현대 중국화가 곽춘양(霍春陽)의 <유죽천지인불속(有竹天地人不俗)> (2003年作)

 

- 오잠(於潛)은 절강(浙江)성 항주(杭州)부에 있는 고을(縣) 이름이다. 오잠승(於潛僧)은 오잠(於潛)에 사는 스님(僧), 이름은 자(孜), 자(字)는 혜각(惠覺)이다. 녹균헌은 스님의 당호(堂號)로 현(縣: 於潛) 남쪽 풍국(豊國)향 적조사(寂照寺) 안에 있다.


오잠(於潛)은 중국에서 백출(白朮: 삽주의 덩이줄기를 말린 약재) 산지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나는 백출을 상품(上品)을 쳤는데 흔히 '於朮'(오출) 또는 '於潛朮'(오잠출)이라 한다.

 

※ 청대(淸代) 화가 오희(吳熙)의 <묵죽(墨竹)>

 

- 揚州鶴:  모든 세속적인 욕망을 한꺼번에 다 이루려는 행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송(宋)나라 때 편찬된 백과사전 ≪사문유취(事文類聚)≫에 나오는 고사(故事)로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다 누리고 싶어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비유한 말이다. 달리 揚州之鶴이라고도 한다.


옛날에 길손들이 우연히 모여 각자 소원을 말하기로 했다. 어떤 사람은 양주자사(揚州刺史)가 되고 싶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억만 금의 부(富)를 갖고 싶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학(鶴)을 타고 하늘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그 중 한 사람이 "나는 허리에 십만 관(貫)의 돈을 차고, 양주자사를 지낸 다음, 학을 타고 하늘을 나는 신선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한다. 이로부터 양주학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양주는 중국 강소(江蘇)성에 있는 유서 깊은 고도(古都)다. 예부터 교통이 좋고 물산히 풍부하며 상업이 발달하여 크게 번성했던 곳이다.


그러니 지방관이라면 마땅히 양주자사(揚州刺史)가 되기를 원했다. 탐관오리가 아니더라도 이래저래 생기는 떡고물이 많고,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부(富)와 귀(貴)라는 세속적인 욕망에다, 신선이라는 탈속적인 희망까지 모두 이루어 보고 싶은 것은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보는 인간적인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불가능한 것을 꿈꾸는 것처럼 허망한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 근현대 중국화가 오호범(吳湖帆)의 <녹균교가(綠筠喬柯)> (1945年作) 

 

※ 명(明)나라 때 화가 장풍(張風)은 그의 <죽림고사도(竹林高士圖)>에서 이렇게 제(題)하고 있다.


一竿二竿修竹 五月六月淸風
何必徜徉世外 只須嘯詠林中

(일간이간수죽 오월유월청풍
 하필상양세외 지수소영림중)
 

한 그루, 두 그루 키큰 대나무
오뉴월 맑은 바람 부는데
하필 세상 밖에서 거닐어야 할까
애오라지 대숲에서 읊조릴 뿐

※ 修竹(수죽): 긴 대나무
※ 徜徉(상양): 천천히 여기저기를 거닒.
※ 嘯詠(소영): 음영(吟詠)

 

※ 근현대 중국화가 오호범(吳湖帆)의 <녹균자간(綠筠紫幹)>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소요유逍遼遊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