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屋三間容膝裏 昻昻一閒人
琴書 벗을 삼고 松竹으로 울을 하니
脩脩生事와 淡淡襟懷에 塵念이 어디 나리
時時에 落照趁淸 蘆花岸紅하고 殘烟帶風楊柳飛하거든
一簡竹 비껴 안고 忘機伴鷗
경(景)긔 엇더니잇고
초가삼간 무릎만 들일 좁은 집에 훤칠하고 한가한 사람
거문고와 책 벗을 삼고 솔과 대로 울타리를 하니
시원한 생활과 담담한 회포에 속념이 어찌 나랴
때때로 낙조가 맑은 기운을 내며 갈대꽃 벼랑에 붉고
희미한 안개가 바람을 띠고 버들이 날리거든
대지팡이 하나 비껴 안고 기심(機心)을 잊고서 갈매기와 짝하노라
이러한 경치 그 어떠하신가요
☞ 권호문(權好文), <독락팔곡(獨樂八曲)> ≪송암집(松巖集)≫
※ 말미에 "경(景)긔 엇더니잇고" 또는 "景幾何如"라는 구(句)가 붙는 전형적인 '경기체가(景幾體歌)' 또는 '기하여가(景幾何如歌)'의 하나다.
권호문은 조선중기의 문인으로 호(號)는 송암(松巖). 퇴계 이황의 제자로 출사(出仕)하지 않고 고향인 안동 서후면 청성산(靑城山) 기슭에서 자연과 벗하며 유유자적하는 삶을 살았다. 이 경기체가는 그의 소탈하고 은일한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용슬(容膝): 겨우 무릎을 들일만한 좁은 공간을 말한다. 임천(林泉)에 노니는 궁유(窮儒)·한사(寒士)의 일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 원말(元末) 4대가(황공망, 오진, 예찬, 왕몽)의 한 사람이자 은사(隱士)였던 예찬(倪瓚)의 <용슬재도(容膝齋圖)>. 이 그림은 예찬이 용슬재(容膝齋)의 주인 인중(仁仲)에게 주기 위해 그렸다 한다.
현존하는 그의 작품 중에서 최고 걸작으로 평가된다. 逸筆草草(한두 번의 붓질로 대략 그림)하게 그리는 생략적인 그림을 말할 때 전형으로 제시할 수 있는 그림이기도 하다.
초연함을 즐기고 오만하기까지 했던 그는 결벽증이 심해 손을 자주 씻었다고 전해진다. 취미가 고상한 사람들과 사귀면서 살았다. 이런 예찬의 고사는 후대의 많은 그림의 주제가 됐다.
※ 현대 중국화가 손관(孫寬)의 <임예운림용슬재도(臨倪雲林容膝齋圖)>
※ 명대(明代) 서화가 당인(唐寅)의 <초옥포당도(草屋蒲團圖)>
※ 청대(淸代) 화가 육회(陸恢)의 <임당인초옥포당도(臨唐寅草屋蒲團圖)> (1890年作)
'관심사 > 고서화(古書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사오강가(思吳江歌) (0) | 2012.01.12 |
---|---|
[스크랩] 채련곡(採蓮曲) (0) | 2012.01.12 |
[스크랩] 독산해경(讀山海經) (0) | 2012.01.12 |
[스크랩] 추운(秋雲) (0) | 2012.01.12 |
[스크랩] 장진주(將進酒) (0) | 2012.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