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고서화(古書畵)

[스크랩] 사오강가(思吳江歌)

감효전(甘曉典) 2012. 1. 12. 20:59

※ 장대천(張大千)의 <장한추사도(張翰秋思圖)>

 

秋風起兮佳景時  吳江水兮鱸魚肥
三千里兮家未歸  恨難得兮仰天悲
(추풍기혜가경시 오강수혜노어비
 삼천리혜가미귀 한난득혜앙천비)


가을바람 불어 경치 아름다운 때
오강의 물에는 농어가 살찐다네
삼천리 밖 집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한탄도 어려워라 하늘 쳐다보며 슬퍼하노라

 

☞ 장한(張翰), <사오강가(思吳江歌)>(樂府)

※ 蒓 = 蓴(순채)

 

※ 근현대 중국화가 장대천(張大千)의 <인물(人物)>

 

※ 동진(東晉) 때의 장한(張翰)이 대사마동조연(大司馬東曹掾)의 직을 맡아 낙양(洛陽)에 있을 때 가을 바람이 불자 고향인 강동(江東) 오강[吳江, 일명 오송강(吳淞江), 약칭 송강(鬆江)]의 순채국과 농어회를 떠올리며 지은 악부시다.

 

그는 "인간의 삶 가운데 가장 귀한 것은 자신의 뜻과 마음에 따르는 것인데 어찌 관직에 얽매여 수천 리 밖에서 명예와 작록을 구하겠는가"(人生貴得適意爾  何能羈宦數千里以要名爵)라는 말을 남긴 뒤 사직하고 낙향했다. 임금도 그가 향수(鄕愁)에 젖어 사의를 밝히니 순순히 허락했다 한다.


공직에 있으면서 윗사람과 뜻이 맞지 않거나 뭔가 마뜩찮은 구석이 있어 사직을 한다고 하면 좋게 봐줄리 없다. 어릴 적 고향에서 먹던 음식 맛을 잊을 수 없어 그만둔다고 하면 속마음이야 어찌됐든 모양새가 그럴 듯해 보인다. 제법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 훗날 사람들은 공직에서 물러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순노지사(蓴鱸之思) 또는 순갱노회(蓴羹鱸膾)라 표현했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식감(識鑒)>(第七)과 ≪진서(晉書)≫ <문원전(文苑)>전 '장한(張翰)'조에 기록이 보인다.

 

장한이 그의 시에서 말한 오강노어(吳江鱸魚)란 실상 꺾정이를 말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성질이 평이하고 맛이 달지만 약간의 독이 있다. 오장을 보하고 위를 편하게 하며 근육과 뼈를 이롭게 한다. 회로 먹으면 더욱 맛이 있고 많이 먹어도 해롭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 근현대 중국화가 풍초연(馮超然)의 <노향추사(鱸鄕秋思)>(1919年作)


일찍이 북송(北宋)의 대문호 소동파(蘇東坡)는 "계응(季鷹: 張翰의 字)은 진실로 수중선(水中仙: 농어)을 얻었으니 스스로 현명해졌네"(季鷹眞得水中仙 直爲鱸魚也自賢)라고 읊었다.

 

역시 북송 용도각직학사승상(龍圖閣直學士丞相) 진소자(陳堯佐)는 그의 시에서 "조각배 매어둘 언덕으로 차마 가지 못하니 가을 바람 지는 해 농어의 고향일세"(扁舟系岸不忍去 秋風斜日鱸魚鄕)이라 하여 오강(吳江)을 농어(鱸魚)의 고향으로 찬양했다.

 

또 송(宋) 희령(熙寧) 연간 오강(吳江)의 지현(知縣)이던 임조(林肇)는 그곳에 '농어의 고향'이라는 뜻으로 농어정(鱸魚亭)을 짓기도 했다.


송나라의 서법가 미불(米芾)은 그의 시 <오강수홍정작(吳江垂虹亭作)>에서 斷雲一片洞庭帆 玉破鱸魚金破柑 好作新詩繼桑苧 垂虹秋色滿東南(잘린 한 조각 구름 동정호의 돛배, 옥이 깨져 농어 되고 금이 부서져 감귤 되었나, 육우(陸羽)를 이어 새로운 시 짓기 좋은데, 드리운 무지개 가을빛 동남에 가득하네)라 노래했다[※ 桑苧: 다성(茶聖) 육우(陸羽)의 호(號)].

 

또 신기질(辛棄疾)은 그의 사(詞)  <수룡음(水龍吟)>에서 休說鱸魚堪膾(농어로 회뜨기  좋다고 말하지 말라)고 읊고 있다.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도 43세 때인 1922년 지은 <추야술회(秋夜述懷)>에서 莫說江東鱸魚膾美  如今無地繫漁舟(고국의 농어 회(膾) 맛 좋다 이르지 마라 지금은 고깃배 맬 땅도 없는 것을 …)이라고 망국의 회한을 토로한 바 있다. 

 

※ 동진(東晉) 시대의 역사가 간보(干寶)가 편찬한 지괴소설집(志怪小說集) ≪수신기(搜神記)≫에 도사인 좌자(左慈)가 조조(曹操) 주최의 연회에 참석해 납작한 접시에서 송강(松江)의 농어(鱸魚)를 낚아 올리는가 하면 농어 요리에 제격이라는 촉중(蜀中)의 생강(生薑)을 순식간에 만들어 내는 '좌자사신통(左慈使神通)'의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 장대천(張大千)의 <독립추풍(獨立秋風)> (1963年作)

 

※ 청대(淸代) 화가 주호(周顥)의 <노로감찬순순비(鱸鱸堪餐蓴蓴肥)>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경화수월鏡花水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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