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近看如此 遠數里看又如此
遠十數里看又如此 每遠每異
所謂山形步步移也
山正面如此 側面又如此
背面又如此 每看每異
所謂山形面面看也
如此 是一山而兼數十百山之形狀
可得不悉乎
山春夏看如此 秋冬看又如此
所謂四時之景不同也
山朝看如此 暮看又如此
陰晴看又如此
所謂朝暮之變態不同也
如此是一山而兼數十百山之意態
可得不究乎
(산근간여차 원수리간우여차
원십수리간우여차 매원매이
소위산형보보이야
산정면여차 측면우여차
배면우여차 매간매이
소위산형면면간야
여차 시일산이겸수십백산지형상
가득불실호
산춘하간여차 추동간우여차
소위사시지경부동야
산조간여차 모간우여차
음청간우여차
소위조모지변태부동야
여차시일산이겸수십백산지의태
가득불구호)
산이란 가까이 보면 이러하고, 몇 리 멀리 보면 또 이러하며
십여 리 멀리 보면 또 이러하여, 멀어질 때마다 매양 달라지니
"산 모양은 걸음마다 바뀐다"(山形步步移)고 하는 것이다
산이란 정면은 이러하고, 측면은 또 이러하며
뒷면은 또 이러하여서, 볼 때마다 매번 다르니
"산 모양은 면마다 달리 보인다"(山形面面看)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산은 하나이지만 수십 백 가지 산의 형상을 겸하게 되는 것이니
다 관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산이란 봄여름에 보면 이러하고, 가을겨울에 보면 또 이러하니
"사철 경치가 다르다"(四時之景不同)고 하는 것이다
산이란 아침에 보면 이러하고, 저물 때 보면 또 이러하며
흐리고 갤 때 보면 또 이러하니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모습이 같지 않다"(朝暮之變態不同)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산은 하나이지만 수십 백 가지 산의 자태를 겸하게 되는 것이니
죄다 탐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곽희(郭熙)·곽사(郭思), ≪임천고치(林泉高致)≫ <산수훈(山水訓)> 중에서
※ 위의 그림은 곽희(郭熙)의 <산수입축(山水立軸)>
※ ≪임천고치(林泉高致)≫는 북송(北宋) 때의 화가이자 미술이론가였던 곽희(郭熙)의 산수화에 관한 논지를 아들인 곽사(郭思)가 편찬·증보한 화론서(畵論書). 현존하는 원본(原本)은 <산수훈(山水訓)> <화의(畵意)> <화결(畵訣)> <화격습유(畵格拾遺)> <화제(畵題)>의 5개로 구성돼 있다.
※ 여기서 특히 "山形步步移"는 소동파(蘇東坡)의 시(詩) <제서림벽(題西林壁)> "橫看成嶺側成峰 遠近高低各不同 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하겠다.
※ 북송(北宋) 때의 화가이자 미술이론가인 곽희(郭熙)의 <산수(山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