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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불매조(呵佛罵祖)

감효전(甘曉典) 2012. 1. 12. 20:34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殺佛殺祖). 6조 혜능(慧能)의 종지(宗旨)를 가장 충실히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 임제의현(臨濟義玄)의 사자후(獅子吼)다.

 

 '임제의 할'(臨濟喝: 임제의 호통)로 유명한 임제의현(臨濟義玄)이 외친 살불살조의 핵심은 부처(佛陀)와 조사(祖師)에 대한 집착과 의타심을 버리고 스스로 자아의 가치를 발견, 성불(成佛)하라는 것이다.

 

임제가 말하는 '살'(殺)의 대상은 육신이 아니라 집착과 망념이다. 진정한 자아·자성을 얻기 위해서는 집착과 망념을 떨쳐버려야 한다. 그것이 비록 부처나 조사일지라도 예외일 수 없다. 그래서 살불살조(殺佛殺祖)라는 '광오(狂傲)'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당(唐)나라 중기의 선승(禪僧)으로 <백장청규(百丈淸規)>를 제정한 백장회해(百丈懷海) 선사는 "파순(波旬)으로부터 부처에 이르기까지 모두 기름때"(從波旬直至佛 盡是垢膩)라고 일갈했다. ※ 파순(波旬): 천마(天魔)·마왕(魔王)·마군(魔軍). 흔히 '천마 파순(天魔 波旬)' 또는 '마왕 파순(波旬)'이라고 한다.

 

'덕산의 방'(德山棒: 덕산의 몽둥이)으로 잘 알려진 당(唐)나라 낭주(朗州)의 덕산선감(德山宣鑒) 선사는 어느 날 상당설법을 하면서 이렇게 설파했다.

 

"我這裏, 佛也無, 法也無, 達摩是個老臊胡, 釋迦老子是乾屎棍,文殊普賢是擔屎漢(十地菩薩是擔糞漢), 等妙二覺是破戒凡夫, 菩提涅槃是繫驢橛, 十二分敎是點鬼簿, 拭瘡紙, 四果三賢 初心十地是守 古塚鬼,自救不了, 佛是老胡屎橛" ☞ ≪오등회원(五燈會元)≫卷7 <덕산선감선사(德山宣鑒禪師)>

 

"여기에 부처란 없다. 법(法) 또한 없다. 달마는 비린 내 나는 오랑캐이며, 부처와 노자는 똥 닦는 밑씻개이고, 문수와 보현 보살은 똥 푸는 사람에 불과하다. 깨달음이란 굴레를 벗어난 범부의 마음에 지나지 않고, 보리와 열반은 나귀 묶는 말뚝이며, 12분교의 가르침은 귀신들의 장부(帳簿)이자 고름 닦는 휴지이다. 사과삼현(四果三賢)과 초심십지(初心十地)는 황폐한 무덤에서 머뭇거리는 망령으로 자신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부처란 오랑캐 시체의 똥일 뿐이다"

 

소주(韶州) 운문산(雲門山)의 운문문언(雲門文偃) 선사는 한 수 더 뜬다.

 

"釋迦初生, 一手指天, 一手指地, 周行七步, 目顧四方云: '天上天下 惟我獨尊' 老僧當時若見, 一棒打殺與狗子吃, 貴圖天下太平" ☞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卷16)

 

"석가모니는 태어나자마자 한 손으로 하늘을, 한 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일곱 발자국을 걷더니 사방으로 눈을 두리번거리면서 '하늘 위 하늘 아래에서 나 홀로 존귀한 존재다'라고 했다. 만약 내가 그때 보았더라면 그를 한 방에 쳐죽여 개밥으로나 주어 천하태평을 도모하는 데 한몫 했을 것이다."


‘석가모니의 절대적인 권위’와 ‘불교 경전의 신성한 지위’를 부정한다는 방편(用)을 통해 선불교의 궁극적 목적(體)인 인간(人間)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 송(宋)나라 양해(梁楷)의 <팔고승도권(八高僧圖卷)>(부분)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경화수월鏡花水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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