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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불경동풍도리화(不競東風桃李花)

감효전(甘曉典) 2012. 1. 12. 10:49

※ 청대(淸代) 양주팔괴(揚州八怪)의 한 사람인 복당(復堂) 이선(李鱓)의 <훤화도(萱花圖)>

 

庭院日長無事家  一雙鵠觜向人呀 
知渠定是忘憂物  不競東風桃李花
(정원일장무사가 일쌍곡취향인아
 지거정시망우물 불경동풍도리화)


정원에 해는 길고 집안엔 일 없는데
한 쌍의 고니 부리인 양 사람 향해 벌려있네
저게 분명 시름 잊는 망우물임을 알겠거니
동풍 불 제 복사꽃 오얏꽃 시샘하지 않는다네


☞ 김시습(金時習), <훤화(萱花)>

 

※ 청(淸)나라 초기 화가 남전(南田) 운수평(惲壽平)의 <훤화도(萱花圖)>

 

- 훤화(萱花)는 훤초(萱草)의 꽃으로 훤초는 우리 말로 원추리라 한다. 원추리의 품종은 흔히 훤초와 황화채로 대별된다. 훤초(萱草/諼草)는 이른 아침에 꽃을 피워 저녁 무렵에 진다. 황화채(黃花菜)는 오후에 꽃이 피어 다음날 아침에 진다. 훤초보다 향이 좋다.

 

정원에 재배하거나 관상하는 외에 넘나물이라 하여 잎과 꽃을 먹기도 한다. 키는 둘 다 1m 안팎. 꽃피는 시기는 황화채가 약 한 달 가량 늦다. 모두 일일화(一日花)라 서양에서는 데이 릴리(Day Lily)라는 속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훤초를 萱草, 諼草 또는 藼草라 쓰기도 했다. 훤초(諼草)의 훤(諼)은 '잊는다'는 뜻이니 훤초는 "잊게 하는 풀"이 된다. "잊지 말라"는 꽃말을 가진 물망초(勿忘草)와는 다르다.

 

근심이나 걱정을 잊게 하고 허전함과 쓸쓸함을 덜어준다는 의미로 망우초(忘憂草)·요수초(療愁草)라 쓰기도 한다. 부녀자가 머리에 꽂고 있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로 인해 의남화(宜男花)라고도 부른다. 그 외 모애초(母愛草), 녹총(鹿葱)이라는 이름도 있다. 

 

망우물(忘憂物)은 보통 술(酒)의 이칭(異稱)으로 쓰이나 여기서는 원추리꽃에 비겨 표현했다.

 

※ 청대(淸代) 화가 대희(戴熙)의 <훤화(萱花)> 선면(扇面)

 

원추리꽃에는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정유물질이 들어 있다고 믿었다. 중국 황실에서는 꽃을 말려 베개 속에 넣었다. 베개에서 풍겨나오는 향기가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성적 감흥을 일으켜 부부의 금슬을 좋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추리를 황금의 베개를 뜻하는 금침화(金枕花)라 했는지 모른다. 백거이(白居易)는 "두강주는 고민을 해결해 주고, 원추리는 시름을 잊게 해주네"(杜康能解悶  萱草能忘憂)라고 노래했다.


원추리는 워낙 여자들의 꽃이다. 원추리는 어머니가 거처하는 내당(內堂)의 뒤꼍에 심었다. 남의 어머니를 높여 부를 때 훤당(萱堂)이라 하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당나라 시인 맹교(孟郊)는  "원추리는 여인들의 꽃, 장부의 시름을 씻어주지는 않네(萱草女兒花  不解壯士憂)라고 읊었다.

 

※ 청대 화가 탕세주(湯世澍)의 <萱花圖> (1873年作)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경화수월鏡花水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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