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고서화(古書畵)

[스크랩] 정정산상송(亭亭山上松)

감효전(甘曉典) 2012. 1. 12. 10:44

※  청대(淸代)의 화가 필함(畢涵)의 <송백훤화도축(松柏萱花圖軸)>

 

亭亭山上松  瑟瑟谷中風
風聲一何盛  松枝一何勁
冰霜正慘愴  終歲常端正
豈不罹凝寒  松柏有本性
(정정산상송 슬슬곡중풍
 풍성일하성 송지일하경
 빙상정참창 종세상단정
 기불이응한 송백유본성)


우뚝하고 훤칠한 산 위의 소나무
쏴아 불어대는 골짜기의 바람
바람소리는 그다지도 웅웅거리고
솔가지는 왜 그리도 앙칼진지
얼음 서리 극성스레 몰아치지만
죽는 날까지 한결같이 반듯하구나
어찌 매서운 추위 무섭지 않으랴 마는
소나무 잣나무에게는 바탕이 있나니


☞ 유정(劉楨), <증종제(贈從弟)>(三首其二)

 

※ 근현대 중국화가 서조(徐操)의 <강동이교(江東二喬)>
 

※ 유정(劉楨): 후한(後漢) 말의 시인이자 문장가로 '건안칠자(建安七子)'의 한 사람. 건안칠자(建安七子)는 한말(後末)∼위초(魏初)의 뛰어난 일곱 명의 문인. 공융(孔融)·진림(陳琳)·왕찬(王粲)·서간(徐幹)·완우(阮瑀)·응창(應瑒)·유정(劉禎)을 일컫는다.

 

'건안(建安)'은 동한(東漢) 마지막 황제 헌제(獻帝)의 연호로 서기 196년에서 219년까지의 24년간을 말한다. 이 기간에 위·촉·오의 신흥 삼대 세력이 각축을 벌였으며, 건안칠자는 이 격동의 시대에 활동했다.

 

유정(劉楨)은 자(字)가 공간(公幹)이어서 유공간(劉公幹)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문재가 뛰어나고 성품이 강직해 남에게 쉽게 굽히지 않았다. 그의 이런 성품이 훗날 목숨을 앗아갈 뻔한 일화를 낳기도 했다.

 

조조(曹操)의 장남 조비(曹丕)가 전쟁에서 원소(袁紹)의 둘째 며느리 견복(甄宓)을 사로잡아 아내로 삼았다. 나중에 조비가 죽고 자기 소생의 아들 조준(曹叡)이 황제(明帝)로 등극하자 사후에 문소견황후(文昭甄皇后)로 추존된다.

 

견복(甄宓)은 하북(河北) 상채령(上蔡令) 견일(甄逸)의 딸이었다. 어릴 때부터 자색(姿色)이 뛰어나 하북 제일미녀로 꼽혔다. "달에는 항아(姮娥)가 있고 하북(河北)에는 견일녀(甄逸女)가 있다"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 근현대 중국화가 황균(黃均)의 <강동이교(江東二喬)>
 

또 "하남에 이교(二喬)가 있고, 하북에서는 견복이 이교에 견줄 만하다"(河南有二喬,河北甄宓俏)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이교(二喬)는 오(吳)나라의 재색을 겸비한 대교(大喬)와 소교(小喬) 자매. 나중에 대교는 손책(孫策), 소교는 주유(周瑜)의 아내가 되었다. 

조비는 잔치를 열어 천하절색으로 명성이 자자하던 견복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그 미모를 감상토록 했다. 사람들은 그녀의 미색을 보고싶어 하면서도 이미 조비의 아내가 된 사람이라 감히 고개를 들어 똑바로 보지 못하고 점잖게 예의를 갖춰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나 유독 유정(劉楨)만은 평소와 다름 없이 한참이나 그녀를 뚫어지게 훑어보았다. 이로부터 "유정이 (견복을) 똑바로 보다"(劉楨平視/平視甄宓/平視甄宓)라는 고사가 생겼다. 

 

나중에 조조가 이 이야기를 듣고 그의 행동을 괘씸하게 여겨 죽이려 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만류하여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 근현대 중국화가 포루선(鮑婁先)의 <송백장춘 통경사조병(松柏長春 通景四條屛)>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경화수월鏡花水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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