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고서화(古書畵)

[스크랩] 운재천 수재병(雲在天 水在甁)

감효전(甘曉典) 2012. 1. 12. 01:14

 

※ 근현대 중국화가 장대천(張大千)의 <송하문도(松下問道)> (1938年作)

 

練得身形似鶴形  千株松下兩函經
我來問道無餘說  雲在靑天水在甁
(연득신형사학형 천주송하량함경
 아래문도무여설 운재청천수재병)


수행이 깊어 모습은 학(鶴)과 같은데
천 그루 소나무 아래 경전이 두 함일세
찾아와 도를 물으니 다른 말은 없고
구름은 푸른 하늘에, 물은 병 속에 있다 하네


※ 당(唐)나라 때 국자박사를 지낸 이고(李翱)가 일찍이 낭주[朗州, 지금의 호남(湖南)성 상덕(常德)시] 자사(刺史)로 있을 때의 일이다. 약산유엄(藥山惟儼) 선사의 명성을 듣고 그를 초청했으나 오지 않았다. 해서 예주(澧州) 약산(藥山)으로 직접 선사를 찾아가 뵈었다.


그러나 선사는 찾아온 자사를 본체만체하고 책만 뒤적였다. 이에 자사가 소매를 떨치고 나오려는데 선사가 "태수는 어찌하여 귀만 귀하게 여기고 눈은 천하게 여기는가?"(何得貴耳賤目) 하였다.


이고가 돌아서 들어가 사죄하고 배례한 뒤 "무엇이 도입니까?"(如何是道)하고 물었다.
선사는 손을 들어 손가락을 아래위로 가리킨 뒤 "알겠는가?" 하였다.


이고가 "모르겠습니다" 하니
선사가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 속에 있다네"(雲在天 水在甁) 하였다.
이에 이고가 흔쾌히 답례하고 게(偈)를 지어 읊으니 위의 시(詩)다.

 

※ 원대(元代) 유명 서화가 조맹부(趙孟頫) 필치의 <칠절시책(七絶詩冊)>


- 이고는 당송8대가의 한 사람인 한유(韓愈)의 제자로, 한유와 함께 불교를 배척하고 유학을 존숭해야 한다는 척불존유 정책의 강력한 옹호자였다. 그러나 사사로이는 불교의 선학에 깊이 빠져있던 인물이다. 

 

내면적으로는 유학을 속제(俗諦), 불교를 성명지도(性命之道)를 구원해주는 진제(眞諦)로 보고 선종의 선적(禪寂)과 견성에 깊이 침잠했던 유학자였다 한다. 그가 약산유엄 선사를 관아로 초청하고, 또 직접 찾아가 참문한 예화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 근현대 중국 서화가 계공(啓功)의 서법(書法) <이고시(李翶詩)> (1990年作)

 

※ 남송(南宋) 화가 마공현(馬公顯)의 <약산이고문답도(藥山李翶問答圖)>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경화수월鏡花水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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